‘불금’을 지난 4일 토요일 새벽, 서울 홍대입구 인근에서 만난 한 경찰관은 끊임없이 울리는 무전을 받아내며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제한이 완전히 풀린 3년만의 봄을 앞두고 취객들이 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특히 올해 겨울 주취자 사망사고를 잇달아 겪은 경찰은 긴장감과 함께,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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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지난 2~4일 심야·새벽 시간에 걸쳐 둘러본 서울 강남역 먹자골목과 클럽거리, 홍대입구 등 번화가는 술에 취한 인파들로 붐볐다. ‘불목’과 ‘불금’의 밤거리는 환한 네온사인과 시끌벅적한 음악소리로 채워졌고 술집과 클럽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밤 9시가 넘은 때부터는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일행의 부축을 받는 이들, 구토를 하는 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닥 곳곳엔 담배꽁초가 가득했고, 술에 취해 울거나 주저앉은 채로 “가자고!” 등 고함을 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홍대입구 인근의 한 편의점 직원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취객 1000명은 받는 거 같다”며 “취해서 물건 쓰러뜨리고 토하고 술병 깨고 난리”라고 했다. 인근 한 노점상인은 “새벽 2~3시면 상상마당 앞에만 취객 100명쯤 널브러져 있다”며 “못 볼 꼴 많이 본다”고 혀를 찼다.
이러한 취객들 상대는 사실상 모두 경찰의 몫이다. 경찰은 지구대·파출소의 순찰차를 총동원하고 2인 1조로 큰길은 물론 골목 곳곳을 순찰했다. 이들은 단순 주취자뿐만이 아니라 이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 분실물 신고, 영업 방해나 무전취식 신고, 때로는 폭력이나 마약 의심 신고 등 밤거리의 모든 사건사고에 대응하고 있다.
경찰들은 이달부터 주취 신고가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의 한 지구대 소속 A경감은 “지난달까지는 가정 내 신고가 많았다면, 이달부터는 대부분 음주 관련 신고”라며 “코로나19 보복소비 심리에 손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고 개강까지 겹치면서 정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경감은 “얼마 전엔 만취한 대학생을 보호했는데, 부모님이 해외에 계셔서 국내에 있는 친척을 찾을 때까지 계속 구토를 하는 바람에 치우느라 고생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힘이 되는 건 소방과의 공조다. 강남 한 지구대의 B경위는 “주취자는 주소도 제대로 기억 못하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119 공동대응이 이뤄져서 함께 의료 상황을 체크할 수 있고, 날이 따뜻해져 동사 등 위험도 줄어든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했다.
◇ “‘체크리스트’로는 부족…다양한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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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한 파출소의 C경감은 “어느 정도 실효성은 있겠지만, 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 경찰 혼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병원에 물어도 환자가 꽉 찬 때도 있어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른 파출소의 D경사는 “각종 변수가 많은데 체크리스트 따르자면 빠른 대응이 어렵다”며 “119 공조와 함께 주취자만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정실을 두거나, 의료기관들과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음주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C경감은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과태료라도 물어서 재발을 막아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술에 너무 관대한 게 문제”라며 “일단 각종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파출소로 데려오더라도 소리를 지르거나, 시비를 걸고 손찌검까지 하니 경찰이 다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올 겨울에 주취자들 사망사고가 나오면서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고 질타를 받았지만 이 많은 취객들을 다 어떻게 감당하느냐. 집에 데려가 침대에까지 뉘어줘야 하느냐”며 “주취자들이 느는데 경찰 책임으로 넘길 뿐, 사망사고 후에도 바뀐 게 없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