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소속 직원 A씨는 상관들로부터 명예훼손, 갑질, 성희롱 및 성추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작년 8월께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를 신고했다. 사건을 수사한 조사본부 소속 군사경찰은 일정 부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이들을 군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이후 A씨는 자신이 고발한 피의자 중 한 명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역 고발을 당했다. ‘보복성 고소’를 주장하고 있는 A씨 측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고, ‘군사작전’ 하듯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려 한다며 2차 가해를 호소하고 있다.
◇고발-역고발 사건…군사경찰 “별개의 사안”
우선, A씨는 자신이 최초 고발한 사건의 담당 수사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해 수사관을 바꿨다. 해당 수사관이 방사청 내 고위직위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사건이 은폐·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런데 이 기피했던 수사관은 자신이 고발된 사건을 또 맡았다. 국방부 조사본부 측은 방사청 관련 건은 이를 전담하는 사업경제범죄수사대로 사건이 배정되다 보니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A씨 측은 “조사본부가 최초 고발 건의 기피 신청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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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A씨는 고발된 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 자신이 고발한 건으로 도움을 받고 있는 국방부 성고충상담관과 동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에 수사관은 처음에는 가능하다고 하더니 이후에 말을 바꿔 변호인만 동석한 채 수사를 받았다. ‘성고충상담관 일정까지 맞춰 수사할 정도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위에서 빨리 조치해서 처리하라고 했다’는 말을 수사관으로부터 들었다는게 A씨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사본부는 “성고충상담관의 출장으로 일정 조율 과정에서 조사 일정이 지연될 우려가 있었고,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을 때에는 성고충상담관 동석이 필수사항이 아니다”면서 “조사일정이 지연되는 경우 A씨에 대한 인사조치가 적시에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정보 담긴 파일 오발송…비번도 유출
이와 함께 A씨 측은 당초 자신이 고발된 고소장에는 ‘30분간 팔을 잡고 당겨 강제로 추행했다’는 내용만 있었는데 수사관이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팔을 잡아당기고 가슴 등으로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고 취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조사본부는 “관련 내용이 고소장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고소인 조사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진술함에 따라 A씨에게 이를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게다가 A씨 측은 자신이 고발당한 사건의 현장에 있던 사람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또 목격자들의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요청했지만 군사경찰은 이 역시 거절했다고 한다.
조사본부 측은 “녹음파일이 관련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오인한 과실이 있어 담당 수사관에 대해 서면경고 조치했다”면서도 “거짓말탐지검사를 거부한 게 아니라 추후 검사해 결과를 송부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검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담당 수사관의 사건 정보 유출 혐의도 있다. A씨에 대한 출석요구서를 전 근무지로 발송하고 비밀번호도 이를 접수한 다른 직원에게 알려줘 피의사실을 유출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본부는 이 수사관에게 구두경고 조치만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