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이 정치 쟁점화하면서 한국전력공사(015760)와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에너지 공기업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치권의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압박이 재정 당국(기획재정부)을 넘어 공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재작년 말부터 이어진 원가 급등으로 최악의 재정난을 겪고 있다. 현 지원 확대 논의가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한발 더 나아가 요금 정상화 추진에 차질을 빚는다면 존립 기반을 위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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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미 국제 에너지 위기 여파로 역대 최악의 재정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한전은 재작년 5조9000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무려 30조원 이상(업계전망·1~3분기 21조8000억원)의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지난 한해 정부와의 협의로 전기요금을 19.3원(약 20%) 올렸으나 2배 가량 오른 원가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한전은 부족한 돈을 충당하고자 한전채 발행량을 작년 연말 기준 누적 72조원까지 늘렸으나 이마저도 법정 한도(자본·적립금의 2배)를 넘어설 상황에 놓였다. 국회가 작년 연말 한전법 개정을 통해 법정 발행한도를 최대 6배로 늘려놨으나 대규모 적자로 자본·적립금이 크게 줄면서 이마저도 부족할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법적 한도를 떠나 한전채 발행량 증가는 국내 채권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를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가스공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스공사 역시 작년 LNG 수입가격 급등 여파로 작년 말 미수금이 9조원에 이르렀다. 올 1분기 말엔 14조원에 이르리란 전망이 나온다. 2008년 5조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가스공사는 한전과 달리 국내 판매요금을 원가에 연동해 영업손익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지만, 실제론 미수금 형태로 당장은 받지 못하는 돈이 된다. LNG 수입과 운영비는 가스공사채 발행량을 늘려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664%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한전 부채비율(321%)의 두 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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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지원 부담도 가중…“요금 정상화는 이어져야”
유례없는 재정 위기 속에서도 한전·가스공사에 대한 복지 지원 압력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정부에 지원 확대 요구를 하자, 정부가 다시 공기업을 떠미는 모양새다.
산업부가 이달 1일 발표한 난방비 추가 지원대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약 18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액을 두 배 상향했음에도 서민 난방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소관 공기업인 가스공사로 하여금 정부 지원 범위 밖에 있는 차상위 계층 약 72만가구를 대상으로 올 겨울 난방비 할인액을 최대 59만2000원까지 늘렸다. 업계는 이번 추가대책으로 가스공사의 복지할인 예산이 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전도 요금 인상과 함께 복지할인 대상과 지원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복지할인 규모는 약 370만가구 6800억원까지 늘린 상황이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전문가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대폭 강화하되 요금 현실화는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한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입고 생활하는 사람까지 지원할 순 없다”며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지금보다도 세 배 정도 더 늘리되 요금은 계속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