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6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대내외적으로 많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금리 인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까지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앞으로도 물가 잡기를 최우선적으로 두겠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달러 강세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소리다.
달러 강세는 국내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외국인은 달러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지난달 코스피에서만 2조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달러와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 증시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매크로 환경을 뒤집을 변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 대표 수혜주는 수출주…실적 증가 자동차 주목
그렇다고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달러 강세 시대에도 수혜주는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강세 시기에는 수출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달러 표시 수출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지기 때문이다. 또 달러로 수익을 낼 경우 이를 원화로 환산할 때 환율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수출주로 꼽히는 업종이 자동차다. 자동차는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는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달러 강세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 3분기 매출은 전년비 22.6% 늘어난 35조3899억원, 영업이익은 90.27% 증가한 3조571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아(000270) 역시 3분기 매출은 전년비 25.48% 늘어난 22조2761억원, 영업이익은 72.02% 증가한 2조2828억원으로 추산된다.
송정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상황이 개선되면서 전년 동기 및 전분기 대비 판매가 증가하고, 인센티브와 원·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개선되면서 가격 효과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 KT&G·의류 OEM주도 환율 효과에 신바람
의외의 환율 강세 수혜주는 KT&G(033780)다. 수출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원가율은 낮기 때문이다. 높은 배당 매력도 보유하고 있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환율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매출 및 이익에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환율 10원이 오를 때마다 별도 영업이익이 44억원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3분기 평균환율은 전년비 182원 상승했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도 대표적인 환율 수혜주다. 영원무역(111770), 화승엔터프라이즈(241590), 한세실업(105630) 등이다. 이들 업체의 경우 매출은 모두 달러로 인식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 비용도 달러로 지불한다. 반면 생산과정에서 임금 등 대부분 비용은 공장이 있는 동남아시아 현지 통화로 지급하고, 판관비는 국내에서 원화로 지출한다. 즉, 달러 강세와 원화 및 동남아 현지 통화 약세가 실적이 긍정적인 사업 구조인 셈이다.
실제 상반기 OEM 3사의 합산 달러 매출액은 38% 증가했고, 환율 효과로 인해 원화 기준으로는 52%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OEM 업체들은 원·달러 상승이 매출 증가폭을 확대시키고 비용단에서의 레버리지 효과로 영업이익이 급증했다”면서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에 따라 수출 사업을 영위하는 OEM 업체들의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제약·바이오도 수혜주 존재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업종 중 하나인 제약·바이오 업종도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다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있다. 미국향 매출이나 달러기반 매출액은 환율 효과로 커질 수 있어서 긍정적이다. 반면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일부 제조원가가 높아질 수 있고, 해외 지사 인건비나 글로벌 임상 진행 비용 등 신약 개발 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달러 기반 매출 비중이 높고, 비용(원자재, 인건비 등)에서는 달러 비중이 낮아 달러의 순 노출도(net exposure)가 높은 업체가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는 구간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가장 유리한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이름을 올렸다.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은 대부분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 대부분은 달러 기반이다. 또 모든 공장이 한국에 위치하고 있어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은 원화 기준으로 발생한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부자재 가격은 환율 영향을 받지만 CDMO 계약 특성상 고객사로부터 원·부재료비와 부대비용을 환급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환율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역시 매출 대부분이 해외 매출이라는 점은 달러 강세 시대에 긍정적인 점으로 꼽힌다. 다만 달러 매출 비중(북미 매출 비중)이 약 50% 수준으로 나머지 절반은 강달러 수혜를 받기 어렵고 비용 측면에서도 종업원 급여, 지급수수료 등은 환율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