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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리 인상 '가속'…시장은 '파월'이 의심스럽다[최정희의 이게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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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2.08.31 05:00:00

IMF, 32개국 중 2개국 빼놓고 금리 올려
경기를 죽여야만 잡을 수 있는 물가
두 달간 유가 떨어진 원인…금리 인상에 ''침체'' 우려 커진 탓
파월, 볼커·그린스펀 다 동원했지만…"과거 반성·로드맵 없어"
''실업률 폭등 때도 금리 올린다고?'' 의심

(출처=CNBC)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 인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에서 뒤쳐질 경우 자국 통화 약세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수입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에 고통을 유발하는 수준의 금리 인상을 천명한 만큼 금리 인상 기조가 경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은 연준의 긴축 기조를 의심하고 있다. 실업률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연준이 고용안정이란 목표를 무시하고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다.

(출처: 국제통화기금)


◇ 일본, 터키 빼고 다 올리네…경쟁적 금리 인상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 11개국과 신흥국 21개국을 분석한 결과 일본, 터키 정도만 빼고 정책금리를 모두 올렸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작년초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작년말께부터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시작됐다.

연준의 직전 금리 인상기였던 2015년 이후 가장 강화된 긴축 기조다. 물가상승률이 나라 불문하고 수 십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금리를 대폭 인하했고 그 결과 붕괴된 금융시장이 일어섰다. 재정정책까지 쏟아부으며 각 가정에 돈을 쥐어주자 실물경제도 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뒤 나타난 것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이었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촉발했고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시키면서 세계화를 뒤흔들었다. 탈탄소화에 따른 화석연료 투자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에너지난까지 촉발됐다. 여기에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 회복, 재난지원금 등 소득 증가가 인플레이션에 불을 질렀다.

금리를 한껏 끌어올린다고 물가 급등을 일으키는 공급망 병목 현상이나 우크라 전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물가 급등에 대한 책임을 중앙은행에 묻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IMF는 블로그를 통해 “통화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의 병목 현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상품 가격 급등을 해결할 수 없다”면서도 “수요와 관련된 물가 상승 압력을 해결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수요를 둔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긴축 수준의 금융상황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경기침체를 감수하고라도 물가를 잡아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를 설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6~7월 국제유가가 경기침체 우려에 하락했는데 침체를 자극한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인상이었다. 결국 유가 하락은 금리 인상이 만들어낸 결과인데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기대에 금리 인상 기조를 흐트러뜨리면 유가는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선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기조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도 확인된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임이고 경제의 근간”이라며 “미국 경제에 일부 고통을 유발해도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수 있다고 밝혔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렸지만 금리 인상 종료를 미국보다 먼저 끝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긴축 강화는 달러 강세를 촉발하고 유로화, 원화 등 다른 통화 약세를 유발, 결국엔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리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파월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의심 덜 받을 듯

그러나 파월 의장의 강한 매파 기조를 여전히 못 믿겠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가 연설문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더 매파적인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이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보면서 기뻤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연준 인사들이 이런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야 시장에서 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발언 이후 뉴욕지수는 3% 가량 급락하며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부 지웠다.

엘 에리언 고문은 파월 의장이 현 상황에 대해 ‘매파’ 메시지를 낸 것은 바람직했으나 과거 정책 실수를 인정하거나 앞으로 통화정책의 기대를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2020년 8월 도입한 평균물가목표제(AIT)가 앞으로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작동할지 여부도 의문이고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탈세계화, 탄소중립, 공급망 병목 등 구조적인 부분인데 이를 중앙은행이 어떻게 컨트롤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제시하지 않았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총재도 최근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말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6월 발표된 금리 점도표는 고작 금리가 3.8%밖에 안 올라가고 실업률도 거의 증가하지 않고 물가도 2%로 빠르게 하락하는데 금리와 실업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목표치로 돌아가는 경로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전 의장들의 메시지를 총동원했지만 결국 해야 할 것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그 의지를 실제로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나마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는 금리를 올리면서도 자국 통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원화는 올 들어 달러가 오른 만큼만 떨어졌다는 게 위로라면 위로다. 올 들어 6월까지 수입 원자재 가격은 67.7% 올랐는데 이중 7.1%포인트는 환율 상승 때문이었다. 미 금리 인상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물가 안정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만큼 파월의 행동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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