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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들은 ‘대상포진’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돼 주의해야

이순용 기자I 2022.06.25 08:01:28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여름 초입인 지금부터 특히 조심해야 하는 질병이 있다.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주로 기온이 높아지는 6~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스트레스 누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이라고 하면 극심한 통증을 떠올린다. 통증의 강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피부에 살짝만 스쳐도 깜짝 놀랄 정도의 통증이 있다고 호소한다. 또 매우 작은 자극에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을 느끼기도 하고, 극심한 돌발통으로 통증이 지속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대상포진’ 치료 후에도 통증이 지속할 수 있는데 이때 가장 무서운 것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합병증이다. 대상포진 치료 이후 발생하는 만성 통증으로, 피부에 발진이 발생한 지 1개월이 지난 후에도 통증이 남아있는 경우를 말한다. 고령일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신경치료를 받거나 신경 절단을 고려하기도 한다.

박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 환자 60세 이상에서 20~50%는 6개월 이후, 70세 이상의 경우 50% 이상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경험한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 면역 저하 환자, 여성에게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수두바이러스가 주원인… 면역력 떨어지면 재활성화

대상포진은 ‘띠 모양의 발진’이라는 뜻이다. 과거에 수두에 걸렸거나 수두 예방접종 한 사람에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 Varicella Zoster Virus)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감각 신경절로 이동해 불활성화(잠복) 상태로 존재하다가 평소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막고 있던 신체의 면역력이 약해질 때 다시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일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한다. 또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데 특히 폐경기 여성에서 두드러지며, 이는 호르몬 영향으로 추측하고 있다.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영양실조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 등도 위험군이다. 장기이식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이다. 위암, 폐암, 혈액암 등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증상은 ‘수포’와 ‘통증’이다. 처음엔 몸살, 근육통, 피로감 등을 호소하고 이후 신경을 따라 통증이 띠를 두른 듯 발생하다가 그 자리에 수포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특히 수포가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흉부 신경절 부위, 즉 가슴이나 몸통 부위다. 눈썹 위 이마와 두피 등의 안면 부위에 수포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상포진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항바이러스제의 투여다. 피부 발진 발생 후 72시간, 약 3일 이내에 투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빨리 치료할수록 신경통과 같은 합병증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항바이러스 치료로 피부 병변과 염증이 완화된다. 피부 발진은 2~3주, 통증은 1~3개월 내에 회복된다.

◇대상포진 후 나타나는 만성 통증… 고령 등 고위험군 주의해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수포가 다 사라졌음에도 통증을 계속 느끼는 경우다. 피부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30일에서 6개월 후까지 통증이 지속한다. 특히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하는데 불면증, 식욕부진, 만성피로처럼 신체적 문제는 물론 우울증, 집중력 저하 등의 정신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정현 교수는 “대상포진의 발병률은 인구 1000명 당 2~10명 정도이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경우는 이들 환자의 10~30%다. 그러나 경미한 증상까지 포함한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 환자의 비율은 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나이(고령)다. 이외에 ▲눈을 침범함 안(眼) 대상포진 ▲피부병변 이전에 통증이 오래 지속된 경우 ▲여성 ▲통증, 피부 발진, 흉터, 감각 소실 등 급성 대상포진의 증상이 심할 경우다. 대상포진 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투여해 수두 바이러스의 활성화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활성화된 바이러스가 이미 손상시킨 신경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는 환자의 통증 부위와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약물치료에는 항경련제, 항우울제, 진통제, 국소마취제가 도포된 패치 등을 사용한다. 시술적 치료는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신경 차단술과 손상된 신경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통증을 증가시키는 상황일 경우 교감신경 블록을 시행하고, 이들 치료의 효과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박동성 고주파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도록 한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대상포진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방접종을 받은 환자는 대상포진이 비교적 약하게 지나가고 합병증의 발생도 적게 나타난다. 또 여러 연구에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환될 확률을 줄인다는 보고도 있다. 단 예방접종 후 5년 정도 지나면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 고위험군이라면 재접종을 고려해야 한다.

박정현 교수는 “만성 통증은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다. 만성 통증 환자의 60%는 불면증, 30%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라는 곳에 만성 통증이 지속적으로 전해지면 나쁜 감정으로 인식해 스트레스, 우울, 근심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때문에 항우울제 자체가 직접적인 기전으로 신경 손상을 막을 순 없지만 신경통 완화와 만성 통증과 관련된 우울, 불안, 불면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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