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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재명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가 각자의 지지층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은 “미국으로 떠나며 팬 클럽과 만나고 연일 메시지를 내는 이 전 대표, 국회 앞 즐비한 화환과 자신을 비판하는 정치인에게 달려들어 낙인을 찍는 지지층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이 의원, 모두 지지자들과 비장한 거리두기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팬덤 정치 자체보다 이를 대하는 정치인의 태도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핵심 지지층을 버리고 집권에 성공할 수 있는 정당은 없다”며 “오히려 그들에게 제대로 된 방향과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팬덤 정치의 에너지를 제대로 견인하지 못하고 그저 편승하거나 그릇된 방향으로 이용했다는 취지다. 하 소장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 가서 `탄핵의 강을 함께 건너면 내가 젊은 세대를 데려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고 대선 승리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승리했다”면서 “핵심 지지층에게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게 맞겠다고 설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FTA 체결, 이라크 파병 결단 등을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설득한 모범 사례로 꼽았다.
내부 자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핵심 지지층은 유력 정치인을 앞세워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것을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얻는다”며 “이를 강제적으로 막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팬심을 정치인이 자신의 이해나 힘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과열 양상을 보일 때는)지도자가 `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인 스스로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정당 차원에서 조직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인과 정당 차원의 `이중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팬덤 정치를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상실하고 무조건적인 지지 양상을 보일 수 있는데, (이들 세력들이) 실제보다 과대 대표되고 있다”면서 “언론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무차별적으로 받아 보도하는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