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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외국인 국내투자 가로막는 규제

이준기 기자I 2022.03.25 05:00:00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우리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ODI)는 증가세이나 외국 제조업의 한국 투자(FDI)는 위축되고 있다. 제조업의 ODI와 FDI는 2004년엔 균형이었지만, 2019년엔 ODI가 FDI 대비 3.8배에 달한다. 우리 기업 4개가 해외로 나갈 때 외국 기업은 1개 정도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다. 작년에도 외국 제조업의 한국 직접 투자는 전체 직접 투자 추세와는 달리 신고기준 50억 달러로 전년 비 16.2% 감소함으로써 3년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비중도 감소세다. 2010년 우리의 부가가치 중 30.2%에 달하던 비중은 2020년엔 27.1%로 감소했다. 우리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특히 우리만의 독특한 규제가 문제로 보인다.

최근 GM 본사가 한국지엠 카젬 사장을 중국 상하이 SAIC-GM총괄 부사장으로 발령을 내자 우리 검찰은 그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협력업체 근로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한 혐의로 그가 2020년 기소된 점을 감안하면 검찰은 당연한 조치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문제는 협력업체 근로자 파견 불법화는 우리만의 독특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노동유연성과 고용확대 필요성으로 인해 파견이나 대체근로는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영역으로 두고 있다. 아세안을 포함한 경쟁국들도 외국 기업의 적극 유치 차원에서 규제완화 정책을 강력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자국 내 생산을 위해 강력한 투자지원 정책을 내놓아 우리 현대자동차는 현지에 25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고용 형태가 자유로운 국가에서 온 카젬 사장으로서는 인력 파견을 불법화시킨 우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적법 도급으로 인정했다가 법원이 나중에 불법으로 판결함으로써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고 우리의 법적 안정성에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2017년 9월 한국지엠은 생존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부임하자마자 불법파견 해결보다는 생존전략 마련에 노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생존을 위하여 기울였던 노력이 출국금지 조치로 돌아온 것이다.

GM 본사는 카젬 사장 후임 인선 작업 중에 취해진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미국과는 다른 법체제에 당황하는 것에 더하여 기업의 자율경영을 위축시키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GM은 카젬 사장이 과거 5년간 적자폭 감축, 선진적 노사관계 정립 등으로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큰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8년 2개 차종의 글로벌 신차프로그램을 위해 GM 본사의 대규모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이후 빠르게 경영정상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만의 독특한 규제로 인하여 같은 사안을 두고 우리 사법당국과 GM 본사는 큰 인식 차를 보인다. GM은 카젬을 큰 성과를 낸 사람으로, 우리 사법당국은 그를 범법자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아직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전기차 등 미래 준비도 강화해야 한다. 전기차에 대한 본사 차원의 지속적 투자 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이번 조치가 GM 본사의 한국에 대한 전기차 투자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외국보다 좋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동등한 경영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합법화되어 있는 파견이나 대체근로를 불법화하고 이를 위반한 외국인 경영인들을 출국금지 시켜간다면 우리의 투자지로서의 매력은 감소할 것이다. 세계규범에 부합하는 법과 제도 도입과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기업들은 우리의 경직된 노동환경 때문에 투자를 주저한다.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이나 파견근로 합법화, 비정규직 기간을 현행 2년에서 독일처럼 4년으로 확대, 52시간제 탄력적용, 매년 반복되는 단체협상 주기의 3년 이상 변경 등으로 우리만의 독특한 규범을 세계규범에 부합하도록 재검토하고 개혁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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