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은 무조건 좋다? '오너 배불리기' 논란도

양지윤 기자I 2022.03.22 05:15:00

GS, 당기순손실에도 배당금 '철통'…오너 일가 절반 챙겨
경동제약·넥센 실적부진에도 고배당 논란
에이스침대, 차등배당…소액주주 10% 불과 생색내기용
오너가 챙기기 급급 고배당 시장 외면 부메랑 우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GS그룹의 지주사인 GS(078930)는 지난해 2월 배당 계획을 내놓고도 시장에서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배당재원인 전년도 실적이 부진했지만,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GS는 2020년 당기순손실 1878억원을 기록했으나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900원, 우선주 1주당 1950원을 지급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2조2098억원 흑자를 기록한 뒤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20년에는 1조원 아래로 떨어졌는데도 배당금은 철통같이 유지했다.

지난 2020년 3월 세아베스틸의 주주총회서 회사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세아베스틸)
현금배당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행한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 일부는 현금배당의 취지가 무색하게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해 눈총을 사는 경우가 빈번하다. GS는 허창수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2.46%(2021년 사업 보고서 기준)에 달한다. 배당금 1800억원 중 900억원 이상을 오너 일가가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회사인 GS리테일의 배당금 역시 오너 일가 호주머니로 상당 부분 들어갔다. GS는 GS리테일의 지분 65.7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배당 수익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오너 일가가 됐다.

경동제약(011040)도 실적이 부진한 속에서 고배당을 유지해 논란에 휩싸였다. 경동제약은 지난 2017년 이후 매출액은 17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영업이익은 309억원(2017년)에서 2020년 190억원으로 4년새 38% 급감했다. 하지만 2020년 배당금 총액이 130억원을 넘으면서 기존 80억~90억원대의 중간 배당액을 60% 이상 뛰어넘었다. 2020년 현금배당성향은 107.82%로, 순이익보다 배당금 총액이 더 많았다. 경동제약(011040) 역시 류기성 부회장 외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4.36%에 달한다. 경동제약의 창업주인 류덕희 명예회장의 장남인 류 부회장이 증여세 마련의 일환으로 회사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배당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넥센 역시 고배당 정책이 환영받기는커녕 배당금 잔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넥센(005720)은 2020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각각 14%, 72% 뒷걸음질쳤지만, 현금배당성향은 무려 477% 급증했다. 넥센은 강호찬 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9.37%에 달한다.

고배당 정책이 사실상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론이 들끓자 일부 기업들은 차등배당을 도입했다. 대주주가 소액주주에 비해 낮은 배당률을 받는 정책을 도입해 배당잔치 논란을 비켜가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스침대(003800)의 경우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과 장남 안성호 대표의 지분율이 79.56%에 달해 결산 배당금의 80%를 독차지했다. 소액주주 비율은 10%에 그쳐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아베스틸(001430)의 경우 2020년 적자전환하며 일반주주 200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무배당을 결정했다. 물적분할로 주가 급락하자 주주 달래기용으로 차등배당 추진한 사례로 주주친화 행보와는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오너 일가가 배당금을 받는 것은 잘못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오너 일가 주머니를 채우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고배당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에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적이 주춤하거나 부진한 상황에서 고배당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오히려 기업의 실적, 기대수익률 전망이 어려워져 장기투자의 유인이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주가 측면에서도 투자 기회가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꼴이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배당 정책은 일시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실적이 부진한 속에서 이를 지속하게 되면 수익 전망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서 “각 기업마다 실적을 고려해 배당성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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