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9일 오후7시. 서울 강서구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사무원’ 명찰을 찬 김모(27)씨는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리에 투입됐다. 오후6시부터 7시30분까지 진행될 이 투표를 위해 김씨는 오후5시20분께 미리 나와 방호복, 페이스쉴더와 장갑 등을 착용하고 짤막한 업무 교육을 받았다.
그는 투표하러 온 확진자·격리자에 확진·격리를 입증할 수 있는 보건소 문자 통지 등을 확인하는 일을, 그의 친구는 확진자·격리자가 투표소를 제대로 찾아왔는지 확인하고 줄을 세우는 일을 각각 맡았다.
‘사무원’ 명찰을 차긴 했지만, 김씨와 그의 친구는 선거일 전날인 8일 늦은 오후 행정안전부에서 일선 투표소에 내려보낸 지침에 따라 고용된 ‘질서유지요원’이다. 이들은 오후5시20분부터 투표가 종료된 오후7시반까지 2시간여 동안 일한 대가로 인당 15만원씩 특별한시사례금을 받게 된다. 지난 5일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에서 일반 유권자와 동선이 엉키고 대기줄이 길어져 대혼란을 빚자 정부가 부랴부랴 ‘고액’ 아르바이트를 늘려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5일 사전투표 때에 밖에서 (확진자·격리자를) 통제할 인력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행안부에서 투표소당 2명씩 질서유지요원을 각 자치단체에 요청했고 선관위에서 예산 지원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급 7~8만원가량에 달하는 사례금은 이른바 ‘위험수당’이다. 서울 한 구청 공무원은 “확진자 사전투표 때에 어느 투표소에선 참관인이 참관을 거부했듯이, 확진자 투표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였다”며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력 보강을 위해선 고액 수당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서초구 한 투표소의 질서유지요원 백모씨는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무서운 건 어쩔 수가 없다”며 “최대한 방역복을 꼭꼭 감싸매고 있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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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급히 보강한 인력이 무색할 만큼 본투표 확진자·격리자 투표는 사전투표 때와 달리 ‘무탈’하게 진행됐다. 서울 곳곳 투표소에선 대기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전투표는 투표소가 전국 3552개로 본투표(1만4464개)보다 적고 투표소당 기표소가 1곳밖에 없었는데 사람들이 몰리면서 혼란을 야기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다른 공무원은 “확진자들 중에 본인 주소지가 아닌 곳에서 격리하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고, 증상 악화를 우려한 분들도 있어서 사전투표하려던 분들이 많았던 게 아닌가 한다”며 “정부가 뒤늦게 예산, 인력을 더 투입한 건 좀 오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