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생긴 빙판길은 오히려 덜 위험하다. 사람들이 그만큼 조심하기 때문이다. 정말 위험한 건 보이지 않는 빙판길, 소위 ‘블랙 아이스’다. 블랙 아이스는 아스팔트 틈새를 도포하듯 살얼음이 낀 형태다.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 녹았던 눈이 얼어붙어 엷은 빙판이 된다. 매연이나 먼지 등 이물질이 섞여 검은색을 띄어 블랙아이스라 불린다. 눈뿐 아니라 비, 이슬같은 것도 블랙 아이스 생성 요소다.
블랙아이스는 수많은 교통사고를 야기하기에 ‘도로 위 암살자’라고 불린다. 하지만 블랙아이스의 위협은 운전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길거리에서도 이 블랙아이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거나 다친다. 실제로 소방청이 최근 3년간 119구급차로 낙상 환자를 이송한 건수를 집계한 결과, 12월이 평균 1만9823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낙상 환자 중 상당수는 50대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뼈가 약한 노년 층이었다.
연세건우병원 이호진 원장은 “골밀도가 낮고 뼈의 강도가 약한 중장년층 내지 노년층의 경우에는 가벼운 낙상사고에도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겨울철에는 두껍고 무거운 외투로 인해 다른 계절보다 민첩성과 순발력이 떨어지고 근육과 관절이 경직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고령자가 겨울 낙상을 예방하려면 눈이 내렸을 때 외출을 삼가고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한다면 지팡이를 짚거나 보호자를 동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꺼운 옷은 몸을 둔하게 만들기 때문에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게 낫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장갑을 끼는 게 낫다. 또 그늘진 곳은 바닥이 얼어있는 경우가 많아 최대한 피하는 게 좋고, 미끄럼 방지 모래 등이 뿌려진 곳으로 다니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 준비해도 넘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블랙아이스는 말 그대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얼음판’이다. 9번을 조심해도 단 한번의 실수에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이호진 원장은 “겨울철에 빙판길에서 미끄러지게 되면 발목에 골절이 오거나 인대 손상이 올 가능성이 높다. 발목만 다치는 게 아니라 넘어질 때 손으로 땅을 짚으면서 손목 골절이 올 수도 있다. 심한 경우 고관절이나 척추에도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노년층은 당장 부상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병증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만성적인 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만약 넘어지게 되면 당장 괜찮더라도 꼭 병원을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