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에·루·샤도 뛰어든다..골프웨어 브랜드 춘추전국시대

유현욱 기자I 2021.08.10 05:50:00

<판커지는 골프웨어 시장>
세계 최대 규모 韓 골프웨어 시장 속속 진출
F&F·휠라코리아, 유명 골프용품 브랜드 인수
LF 등 대기업까지 골프의류 라인업 강화
명품도 가세하나..일각선 거품 우려도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세계 최대 시장인 국내 골프웨어(골프복과 잡화) 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침체된 패션업계가 골프웨어를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인수·합병(M&A), 국내 판권 확보, 신규 브랜드 론칭 등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일러메이드 어패럴. (사진= 한성에프아이)
9일 골프웨어 업계에 따르면 라이선스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 등을 전개하는 F&F(383220)는 지난 3일 미국 골프용품 명가 테일러메이드 인수 딜(협상)을 완료했다. F&F는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PE가 주도한 인수전에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해 총 5000억(중순위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상품)에 2000억원, 후순위 지분에 3000억원)을 출자했다. 곧바로 F&F는 센트로이드PE와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권을 넘겨받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로써 세계 3대 골프용품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 중 두 곳(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이 한국 기업이 됐다.

앞서 휠라코리아는 미래에셋PE와 손잡고 지난 2011년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가진 아쿠쉬네트를 인수한 바 있다. 휠라코리아는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순차적으로 사들여 아쿠쉬네트의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F&F 역시 이런 선례를 따를 예정이다. F&F 관계자는 “향후 테일러메이드의 지배회사 지위를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전을 도모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의류업체들이 잇따라 글로벌 골프용품 브랜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의류산업이 골프 열풍의 최대 수혜를 받고 있어서다. 최근 골프에 입문한 MZ세대(1980년~2000년대생) 골퍼들은 장비만큼 스타일을 중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패션산업의 불황에도 골프웨어가 나 홀로 호황을 누린 이유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 같은 골프웨어 열기는 당분간 계속되리라고 전망한다. 골프를 주제로 한 공중파 예능프로그램까지 등장하는 등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이에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전통의 패션 대기업까지 골프웨어를 내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골프웨어 브랜드 50개 이상이 새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골프웨어 브랜드는 약 100개로 추산된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의 브랜드 ‘구호’는 이번 가을겨울(FW) 시즌 골프 캡슐 컬렉션을 출시한다. 아우터, 티셔츠, 니트, 팬츠, 스커트, 모자, 가방 등 총 28개 상품이다. LF(093050)는 기존 골프웨어 브랜드인 ‘헤지스골프’ ‘닥스골프’에 이어 신규 브랜드인 ‘더블 플래그’ ‘닥스 런던’을 지난해부터 차례로 론칭하며 골프웨어 라인업을 강화했다.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FnC부문도 기존의 ‘엘로드’ ‘잭니클라우스’ ‘왁’ 외에 프리미엄 골프웨어 ‘지포어’, 온라인 전용 골프웨어 ‘골든베어’를 포트폴리오로 추가했다.

해외 유명업체의 라이선스 브랜드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내셔널 KL은 오는 8월 20일 오픈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등 5곳에 ‘캘빈클라인 골프’ 매장을 신규 입점시켰다. 유닉유니온은 영국의 골프웨어 울시 본사와 국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다음 달 론칭을 앞두고 있다.

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 등 3대 명품 브랜드도 골프웨어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시장의 경쟁 강도가 날로 높아지는 신호라고 해석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때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이내 사라진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머잖아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