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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즈 젤레케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의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커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기본소득은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선거 한 두번으로 도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젤레케 교수는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BIEN) 등에서 자문을 맡는 등 미국에서 손꼽히는 기본소득 석학이다.
젤레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생산공정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기본소득 논쟁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기본소득은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미국 뉴욕에서는 앤드루 양 후보가 기본소득을 내걸고 차기 시장 선거 레이스에서 선전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그는 “보편 기본소득은 재원이 많이 든다는 게 단점”이라며 “재원 조달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젤레케 교수는 “나라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다”면서도 “미국처럼 자본이 많은 나라는 부유세와 소득세를 늘려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덜한 선진국들은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그는 또 한국형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이미 있는 현금성 복지 프로그램 중 지원 문턱을 낮춰 보편성을 확대할 수 있는 게 있는 지부터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기존 복지 프로그램과 기본소득을 병행하는 게 아니라 현금성 복지를 통폐합할 수 있는 지 살펴본 후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젤레케 교수는 기본소득이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조심스런 답변을 내놨다. 그는 “모든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수요를 창출하고 소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면서도 “약간의 기본소득이 국내총생산(GDP)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