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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불협화음]②LH수사 지지부진, 김학의 사건 갈등…檢·警·公 '사정 삼각축' 흔들

남궁민관 기자I 2021.04.01 05:50:10

정부, LH수사에 檢 배제 원칙 반복
"檢 직접수사 제한적…실효성 의문"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도 충돌
공수처 재량이첩에…檢 "해괴망측"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며 공수처와 검찰, 경찰의 사정 삼각축이 완성됐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등 국가 중대 범죄 앞에 상호협력 없이 갈등만 빚고 있다. 관련 법안 입법 과정에서부터 기관간 ‘협력’보다는 ‘견제’, 특히 검찰권력 축소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면서 수사기관간 원활한 협력체계 구축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각 수사 기관 간 이른바 ‘상호 협력적 견제’를 통해 국가 중대 범죄에 대해 실효적 대응에 나선다는 당초 정책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사진=연합뉴스)


◇LH 투기 의혹 수사 ‘우왕좌왕’…김학의 의혹엔 공수처 ‘독단’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LH 투기 의혹에 대해 정부 합동으로 전방위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수사 주체를 두고 여전히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29일 LH 투기 의혹과 관련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일 이후 관련 조사 및 수사에서 검찰의 역할 부여에 지극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실제 정부는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의구심과 검찰의 수사 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속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유로 검찰의 직접 수사 배제 원칙을 이어 왔다. 검·경 간 협의체 신설 및 전수 조사를 위한 검사 1명 파견 등 측면 지원을 맡겼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 사이 국회를 중심으로 특별검사(특검)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등 정부 합동 수사에 의구심이 계속되자, 결국 정부는 이번 의혹이 불거진 지 27일만에 검찰 배제 원칙을 번복하기에 이른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여주기식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검찰이 할 수 있는 직접 수사의 범위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즉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6대 범죄에 그치기 때문이다.

특수 수사통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LH 투기 의혹이 종국에 6대 범죄에 해당하는 부패·경제·공직자에 이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선제적 판단 하에 검찰에게 초기 수사부터 경찰과 대등한 관계에서 직접 수사를 하게 하지 않는 이상 이번 정부 조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법이 허용하는 6대 범죄 외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다면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에 아무리 많은 검찰 인원을 투입한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이미 정치인이든 고위공직자든 몇 명은 구속했어야 한다”며 부실 수사를 지적한 뒤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우왕좌왕하다가 이제서야 특별한 역할 변화 없이 대규모 검찰 투입을 내세우는 것은 결국 다가오는 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검찰 해체에 방점 찍은 입법 탓…공조 확립 서둘러야”

이미 공수처와 검찰 역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을 두고 얼굴을 붉힌 상황이다. 공수처는 지난 12일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팀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권한만 재량에 따라 검찰에 맡겼다가 향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다소 독특한 개념의 유보부 이첩(재량 이첩)을 주장했다. 사건을 재이첩 받은 수사팀장 수원지검 형사3부 이정섭 부장검사는 당시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수처는 현재 김 전 차관 의혹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를 두고도 이첩 여부를 고심 중으로, 검찰과 재차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중대 범죄를 두고 협력과 견제를 통해 효율적 수사를 이끌어야 할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이 같이 각 역할에 혼선을 빚는 데에는 관련 입법 과정에서 지나치게 검찰 견제에 몰입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선 “견제를 넘어 아예 검찰을 해체하겠다고 나섰는데 협력 방안을 고민이나 했겠나”라는 자조적 한탄까지 흐른다.

앞서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도 공수처법 헌법소원 심판 과정에서 “공수처가 다른 수사 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해, 권력분립 원칙에 기반한 국가 기관 사이 ‘상호 협력적 견제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논의 과정에서부터 잘못됐다. 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검찰과 더불어 권력형 비리 범죄를 수사하고 척결하기 위한 기관”이라며 “수사·기소권을 두고 대립할 게 아니라 검찰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 향후 공수처의 순기능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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