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절반’ 사회 환원을 선언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의장 등 거금을 기부하려는 자산가들도 현행법 아래에서는 실행에 있어 많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부금의 성격과 관계없이 지나친 세금 추징은 기업과 개인 자산가의 기부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과 함께 규제 완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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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밀알복지재단은 43%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남서울은혜교회는 최고세율인 50%를 증여세로 물게 됐다. 각각 46억원과 92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주식 기부에 있어 일반공익법인의 경우 해당 기업 총 주식 수의 5%, 성실공익법인은 2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국 법인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총수(5%)를 감안한 범위다.
함 명예회장은 앞서 1996년 오뚜기재단(현 오뚜기함태호재단)에 오뚜기 주식 17만주(발행주식총수의 4.94%)를 출연했기 때문에 추가 기부로 공익법인들의 총 지분율이 5.81%에 달하면서 현행 법 합산 비과세 한도(5%)를 넘긴 것이다.
이들은 기부자의 선의에 위배되는 지나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밀알복지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아 비과세 한도가 완화되면서 기납부했던 증여세를 지난 2018년 8월에 환급 받았다. 하지만 약 3년의 시간이 소요되면서 당시 100만원 이상이었던 주가는 50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남서울은혜교회는 1심에서 승소, 2심에서 패소한 뒤 현재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개별 교회는 재단과 달리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토막 난 주가에서 최고 50%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내고 나면 사실상 기부금은 고스란히 증발하는 셈이다.
재단 관계자는 “증여세로 법정 공방하는 사이 불필요한 인적·물적 소요뿐 아니라,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여러 공익사업에 쓸 수 있는 금액도 줄고 적시 지원 시기도 놓치게 됐다”면서 “의결권이 없는 주식 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 규제를 완화하면 기부문화 장려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이 사회 환원 차원에서 공익 기부를 한다고 해도 국내 현행 법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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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경우 국내와 달리 여유가 있다. 일본은 상속세법이 아닌 공익재단법에 총 주식의 50%만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영국·호주·독일은 보유 제한 규정이 아예 없다. 미국도 기부에 대한 세금 중과 기준이 매우 낮은 편이다. 많은 기업인과 자산가들이 주식 등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면서 수 조, 수십 조원의 고액 기부자가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최근 기업의 건전한 기부 유도를 위한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일반공익법인의 경우 기업발행주식의 20%까지, 자선 등을 목적으로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성실공익법인은 30%까지 증여세 면세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송 의원은 “공익적 목적의 주식 기부에 과도한 과세는 기업의 건전한 기부 문화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우리 사회에 따뜻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