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최근 이 적자생존이 다른 의미로 변화하기 시작됐다. 바로 ‘기록(記錄)’, 즉 데이터 생성이다. 현대인은 많은 생각과 일을 하고 일상을 마무리하면서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후회하는 생활들을 반복하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기록’은 일상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적자생존은 ‘적어야, 기록해야 살아남는다.’라는 뜻으로 쓰여지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을, 회사원들은 새로운 경영지식을 데이터화해야 한다.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고사성어로서 적자생존과, ‘기록을 잘하자’라는 적자생존의 뜻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다양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 생성이 자동화되고 그것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분석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니다. 활용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 사고(Smart Factory Thinking)는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제조업이 즉각 반응하고 대응하여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제조 철학이다. 수동적인 행동에서 능동적인 활동으로, 더 나아가 자동과 자율적인 행동을 데이터 기반에서 실행하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그것이 바로 MRP I, MRP II, MRP III(Material Requirement Planning, Manufacturing Resource Planning, Manufacturing Response Planning), 즉 공장의 효율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생산량을 사전에 계획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기준생산계획(MPS: Master Production Schedule)과 연계하여 자재소요계획(MRP I), 생산 장비와 인력 등 제조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도록 개선한 제조자원계획(MRP II), 고객과 시장의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조반응계획(MRP III) 등으로 제조업은 유연하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스마트팩토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적자생존(Digital Darwinism)이다.
인공지능 기술과 빅데이터를 포함한 ICT(정보통신기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해온 대형 제조업체라도 그 유명한 노키아와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처럼 금방 도태되는 시기이다. ICT와 인공지능이 핵심기술로 적용되는 4차 산업 혁명으로, 유형 제품이 통신과 정보 처리 및 판단 기능을 지닌 살아있는 제품으로 변모하면서 제조업 모델이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조업 혁신은 제품 혁신보다 스마트팩토리로 상징되는 공정 혁신에 집중되고 있다. 과거 노키아가 공정 혁신을 못해서 도태되었겠는가? 궁극적으로 스마트팩토리의 목표는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대응하는(Manufacturing Response Planning) 서비스 개발을 포함한 제품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첨단기술 기반의 지속가능성과 가치제공 제조업으로 이행하는 것은 불충분할 것이다.
여기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유형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한 최종 제품을 창출하는 제품 혁신에 초점을 두고 제품의 개념이 시대적으로 변천하면서, 그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글로벌 주요업체들의 대응을 살펴보아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으로 유형 제품은 종래 기능이 고정된 독립 제품에서 벗어나 통신 기술과 결합되면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로 외부와 연결되어 다양한 기능 제공이 가능한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것을 고객과 시장이 원하기 때문이다. 100년 이상 시간을 제공하는 기능에만 머물렀던 시계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 단말기 역할의 스마트 워치(smart watch)로 변화하여 헬스케어 정보뿐만 아니라 패션 감각까지 연출하는 시대를 우리는 체험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의해서, 제조 혁신이 과거 선진 기업 중심의 시스템(ERP, MES, PLM, CRM) 구축과 제조 공정의 생산성 향상 중심(Push Strategy)에서 탈피하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반응하는 데이터에 의한 행동 인터넷(Internet of Behaviors)을 통해 스토리가 있는 서비스 대응 역량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유형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최종제품 개발을 목표로 제조업 모델은 종래의 유형 제품 제조 중심-서비스 지원에서 서비스 중심-유형 제품 지원으로 변모하고 있다. 유형 제품 제조만으로는 수익성이 낮고, 시장 주도권 상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중요하다.
아래 그림은 2019년 10월에 발표된 논문(Lean, Agile and Service-oriented performers: templates of organizing in a global production field)에서 각 단계별로 고객에게 제공되어야 할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린 생산(Lean Production)에서는 낭비 제거를 통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저비용 방식으로 고객에게 제공한다. 민첩성(Agile) 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찾을 수 있는 충분한 다양성과 맞춤화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서비스 지향적인 단계(Service-oriented), 즉 스마트팩토리 구축 단계에서는 고객에게 제품의 총 소유 비용의 위험 및 감소를 공유하고, 생산된 제품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 및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효율성 및 기타 이점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첨단 제조 기술, 디지털 제품 플랫폼, 결과 기반 매출(Outcome-based sales),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마이닝 등이 서비스 지향적인 제조 혁신의 특성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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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도 소유하고 있지 않는 나이키나 애플이 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체인가? 일찍이 2000년대 초부터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린 생산(Lean Production)을 수용하여 지속 가능한 제조 문화를 연출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만의 엄격한 경영 규칙을 만들어 철저하게 지켜왔던 신비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또한 그들은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나이키가 신발이나 스포츠 의류 제조업이 아니라 “스포츠 정신”을 파는 제조업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수준 높은 마케팅 전략이자, 브랜드 전략이라고 하기에는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애플이 뮤직스토어(2003년), 앱스토어(2008년) 등 유형 제품 기반의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고수익의 시장 독점적 위치를 확보한 점, 최근에는 간편결제서비스, 신형 업그레이드 서비스 등 지속적으로 유형 제품보다 서비스 개발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제조업체 중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은 미국, 독일, 일본 제조업체의 1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제조업의 서비스 개발은 아주 낮은 수준이다.
공정 혁신이 스마트팩토리인가? 고객과 시장에 반응하여 애플과 나이키처럼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스마트팩토리인가? 서비스 중심 제조 모델로의 제조 혁신이 스마트팩토리인가? 응답하기 위해서는 제조와 서비스로 나눠보는 산업화 시대의 이분법적 시각을 과감히 버리고,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융복합 관점에서 제조 산업을 보는 제조반응관리(Manufacturing Response Planning) 기반의 스마트팩토리 사고(Smart Factory Thinking)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적자생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