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에는 '갑질 심리' 숨어있어" "판단 기준이 모호.. 적극적인 대응, 교육노력 필요" "눈에 드러나는 괴롭힘보다는 사소한 발언이 상처"
"16일 괴롭힘 금지법 시행.. 기준이 불명확해 혼란 예상"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 올해 1월 15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내용이 법률에 최초 규정된 지 6개월만이다. 대상은 직원 5명 이상 76만여 업체다. 직장 내 괴롭힘의 내용은 "직장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업무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문제는 부족한 판정 기준이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발표된 사례는 고작 50여가지다. 가뜩이나 애매모호한 개념에 기준도 불분명해 시행 초기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스냅타임은 최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한 20대 사회초년생과 직장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직장 내 괴롭힘에는 갑질 심리 숨어있어.. 우월감 느낀다"
흔히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 회사는 직장인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 만큼 굉장히 중요하다. '조직의 관행' ,'사수, 도제 교육'등의 명분으로 오랫동안 '직장 괴롭힘'이 자행되어 왔다. 2017년 국가 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이내에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경우가 73.3%나 됐다.
이처럼 빈번하게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은 뭘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 괴롭힘에는 '갑질 심리'가 숨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갑질 심리는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면서 내가 우월하다고 느끼는 마음 상태다. 괴롭히는 사람들은 ‘조직을 더 튼튼하고 효율적’으로 하려는 노력이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눈에는 신입사원들은 게으르고 무책임하다고 본다.
여기에 저항의 무기력함도 한몫한다. 입사 초기엔 부정적인 관습에 저항해보지만 곧 소용없음을 알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 2017년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중에서 60.3%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문제를 직접 제기한 사람들은 26.4%,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12%에 불과했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 중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53.9%).
"기준이 모호해 과도기 필요.. 적극적인 예방, 인성교육 필요"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란 평가다. 결국 제대로 된 법 정착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임 교수는 "괴롭힘의 기준은 모호해서 실태조사, 사례 축적 등을 통한 ‘과도기‘적인 기간이 필요하다"며 "김영란법처럼 선 시행 후 보완의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없어지진 않을 것 같고 사회가 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임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는 "회사마다 괴롭힘 대응 협의체가 구성되고, 실태 파악, 신고절차, 대응방법, 지침서 등을 만들어서 시행되어야 한다"며 "회사의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적극적인 예방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장에서 강압적인 후배 교육보다는 공감과 배려 등이 우선되는 인성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 처벌은 없어.. '뒷배가 큰' 상사는 신고 어렵다"
가뜩이나 취업하기도 어려운데 취업 후 더 큰 벽을 만난 20대 사회 초년생들. 스냅 타임이 직장 내 괴롭힘 법 시행을 바라보는 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은 대부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이영지(가명·22·여) 씨도 "상사니까 참아야 하지만 사람인지라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다"며 "괴롭힘이라는 게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것이 많아 신고해도 처벌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태인(가명·50) 씨는 "직접 직장 내 갑질을 경험했다"면서 "갑질을 일삼던 원장은 뒷배경이 워낙 커 피해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의견이다. 다른 2030세대들은 "취지는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