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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 당시 재무부 부차관보를 지내며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과 친분을 쌓은 바 있는 브루스 바틀렛이 8일(현지시간) USA투데이 칼럼에서 이런 물음을 던졌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 정가과 뉴욕 월가(街)의 시선은 트럼프의 ‘예스맨’으로 불리는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인 ‘스티븐 무어’(사진 왼쪽)와 피자 체인 갓파더스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허먼 케인’(오른쪽)의 거취에 온통 쏠려 있는 듯하다.
두 사람은 아직 정식 임명을 받은 건 아니지만, 사실상 연준 이사직 후보에 오른 인물들이다. 현재 연준 이사직 7자리 중 2자리가 공석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두 명으로 공석을 채울 요량이다. 무어는 현재 지명자 신분이며, 케인은 연방정부의 신원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문제는 이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성향은 물론이고, 도덕성과 역량까지도 의심받고 있는 처지라는 데 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경제고문으로 활동한 무어는 연준 관련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간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온 연준과 파월 의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트럼프 아첨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도덕성과 관련해선 세금 체납, 이혼 후 양육비 미지급 등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케인은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내 이사 등 여러 직책을 역임한 바 있지만,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성 추문에 휘말려 중도 포기한 전례가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무어와 케인 모두 애초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에 맞춰 입장이 달라졌다. ‘자리’를 위해 ‘소신’을 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연준에서 그의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을 원한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문제”라며 옹호에 나섰지만, 미 정가는 물론, 월가(街)에서까지 이들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이 지난 5~7일 월가 전문가 4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이들 두 사람의 ‘상원이 인준을 거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무어는 29명(60%)이, 케인은 25명(53%)이 반대했다.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게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어와 케인을 연준 이사로 내세운 건 ‘연준 정치화’의 시작”이라고 지적한 뒤, “기존 연준 이사들과 달리 이들이 상원의 인준 절차를 통과할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최대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먼 CEO는 “무어와 케인은 그 자리에 걸맞은 인물이 아니다”며 “상원의원들이 할 일을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무어와 케인의 등장에도,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휘둘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틀렛은 “오늘날 연준의 파워는 과거에 비교해 더 강력해졌다”며 “책임 있는 의장인 파월은 백악관의 명령을 받는 두 이사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