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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건설명가 재건하겠다"…중동으로 날아간 정진행 부회장

성문재 기자I 2019.02.01 04:30:00

30년만에 친정 복귀한 현대건설 부회장
'업계 1위 탈환·건설명가' 신년사서 강조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 등 해외현장 방문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30년만에 친정인 현대건설(000720)로 돌아온 정진행 부회장이 연초부터 해외 현장을 누비느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28일 대통령 특사단과 함께 이라크로 떠난 정 부회장은 설 연휴 내내 중동 현장을 돌아보고 수주활동을 벌인 뒤 6일 돌아올 예정이다.

정 부회장의 해외 현장 방문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그가 신년사에서 전한 명확한 메시지들 때문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강한 어조로 “현대건설의 강한 프라이드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과거 명성과 시장 1위 자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건설명가 재건’ 목표도 내걸었다.

이 신년사는 건설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랜만에 현대건설의 DNA라 할 수 있는 ‘뚝심’ ‘진취’ ‘협심’ 등의 경영철학이 행간 사이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해 다소 의기소침해진 현대건설 임직원들도 신년사를 듣고 다소 흥분한 표정이었다는 전언이다. 정 부회장의 연초 해외 방문 일정은 신년사에서 밝힌 목표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정 부회장의 친정 복귀는 올해 불확실한 경영여건 속에서도 현대건설이 자신감을 잃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7년만에 부회장 체제가 부활한 데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부흥을 위해 글로벌 인맥이 남다른 정 부회장을 전격 투입해 해외 일감 확보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 부회장은 지난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10년간 소위 ‘건설밥’을 먹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현장에서 3~4년 근무하면서 해외 건설의 ‘ABC’를 익혔다. 2000년부터는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에서 중남미지역본부장,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장, 유럽총괄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전세계를 누볐다. 정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경쟁사들이 인정할 정도다.

현대건설은 올해 배수의 진을 치고 실적 반등을 다짐하고 있다. 매출(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전년보다 1.6% 증가한 17조원으로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영업이익은 19% 늘려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해외건설은 정 부회장 중심으로, 국내사업과 살림살이는 재무통으로 통하는 박동욱 사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실적 반등의 키는 해외사업에 달려 있다. 현대건설이 올해 해외 수주 목표(현대엔지니어링 포함)를 작년보다 85% 많은 13조1000억원으로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오히려 9491억원 낮춰 11조원으로 잡았음에도 공격적인 해외 수주를 통해 전체 수주 실적을 전년 대비 5조원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관건은 해외 건설시장 분위기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공사 규모는 321억1566만달러. 1년새 10.7% 증가하긴 했지만 5~6년전만 해도 연간 해외수주실적이 600억달러를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건설도 최근 몇년간 해외건설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에는 국내 업체 가운데 해외 수주 실적(13억990만달러)이 8위에 그쳤다. 2012~2014년 3년 연속 해외 수주 실적이 100억달러를 넘었던 시절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현대건설이 주요 연구기관들의 전망 자료를 종합한 결과 올해 글로벌 건설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 이상 증가한 11조6000억달러(약 1경3000조원)로 전망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시장 발주 확대에 따른 해외시장 개선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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