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평균 미달 韓 정부 신뢰도, 영국처럼 개혁하자”

최훈길 기자I 2018.12.17 05:00:00

[인터뷰]''OECD 신뢰 보고서'' 작성 이태준 KDI 교수
OECD "韓 정부 신뢰도, 11점 만점에 5점대"
"文정부 성공하려면 소통·협치 시스템 바꿔야"
"대타협 상시기구 만들고 민간 인재 모셔와야"

이태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1977년생 △중앙대 광고홍보학 학사·텍사스대 광고홍보학 석사·테네시대 커뮤니케이션(광고홍보 전공) 박사 △KDI 글로벌경제연구실 겸임 연구위원 △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교수, 미국 브래들리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 정부는 정부 자료의 개방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수년간 1위입니다.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는 OECD 최상위권입니다. 그런데 정부 신뢰도를 평가하면 OECD 평균에도 못 미칩니다. 이 역설적인 결과의 원인은 소통·협치 문제 때문입니다.”

이태준(사진·42)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집권 3년 차를 앞둔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려면 소통·협치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첫 발간된 ‘OECD 신뢰 보고서(한국의 정부 기관 신뢰 제고 요인 이해: 정책과제를 위한 사례 연구)’ 작성에 2015년부터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OECD 대사 시절 추진한 OECD·KDI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2006~2017년 韓 정부 신뢰도, OECD 평균 미달”

이 교수는 16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OECD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신뢰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했다”며 “신뢰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1점 만점 신뢰도에서 공무원·행정부·지방정부 모두 5점대, 지방의회는 4점대에 그쳤다. 국회의원은 3점대로 신뢰도가 가장 낮았다. 이는 2016년 1~2월에 20세 이상 한국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신뢰도 조사 결과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에만 정부 신뢰도가 유독 이렇게 낮은 건 아니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참여정부 때인 2006년부터 문재인정부 때인 2017년까지 12년간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OECD 평균(37~48%)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새 정부 출범, 경제적 성과, 재난 관리, 권력형 비리, 국민과의 소통 부족 등이 신뢰도에 핵심적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정부가 양적으론 소통을 많이 하는데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소통 전문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영국처럼 온·오프라인 정부 소통의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정책을 신속하게 만들지만 집행하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영국은 정반대”라며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소통해 용광로처럼 녹인 뒤 정책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집행은 일사천리”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귀하는 우리 대한민국 정부를 신뢰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 OECD의 경우엔 ‘Do you have confidence in each of the following, or not? How about the national government?’라는 질문에 ‘Yes’로 답한 비율. 단위=%.[출처=갤럽]
◇“우후죽순 정부 웹사이트부터 통폐합 하자”

이 교수는 3가지 온·오프라인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소통 창구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최근 영국은 불필요한 정부 웹사이트 도메인 685개를 없앴다. 유사한 정부 웹사이트 1882개도 개편했다. 대신에 일반 시민용과 기업용으로 웹사이트를 간소화했다. 기업용 홈페이지에는 기업인들에게 유용한 정부 정책이 총망라돼 있다. 이 교수는 “파편화된 소통 창구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둘째로는 사회적 대타협 과제를 논의하는 오프라인 소통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영국은 총리실 산하에 ‘협력적 숙의 거버넌스’ 정부 기구인 GCS(Government Communication Service), GDS(Government Digital Service), LGC(Local Government Communication)를 만들었다”며 “이 기구에 각계각층이 참여해 사회적 과제를 상기적으로 논의한다”고 말했다. 숙의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이 같은 ‘넛지 센터’를 기획재정부나 국무조정실에 만들자는 게 이 교수의 구상이다.

셋째로는 실력 있는 민간 인재들을 공직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영국은 유명한 CEO가 총리 디렉터로 와서 자문을 한다”며 “우리는 개방형 직위 제도는 있는데 실력 있는 인재들이 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는 인사혁신처를 통해 3년 이상 임기의 개방형 직위로 공직에 임용될 수 있다. 이 교수는 “공직관, 행정역량, 리더십이 검증된 민간인이 공직에 와야 한다”며 “숫자 채우기 식으로 개방형 직위 제도가 운영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내년부터 2년간 OECD와 함께 정부 신뢰도를 높이는 구체적인 대책을 공동 연구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부처 곳곳에서 커뮤니케이션 등 각종 프로젝트에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됐다. 이런 예산이 정말 제대로 쓰였는지 평가해 보려고 한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첫 출근 길에 ‘소통 강화’를 언급한 만큼, 기재부 등 정부 차원에서도 힘 있는 논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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