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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경호 우리카드 노조위원장은 “지난 5월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어려운 경영 여건에 비춰 희망퇴직 실시가 불가피하다’는 사측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인원 편성(TO)이나 특정 직군을 정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희망에 따른다는 조건이 충족한다면 사측 입장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노조 측 견해를 피력했다.
장 위원장과 정 사장이 배석 없이 일대일로 만난 이 자리는 우리카드가 2014년 출범 이후 최초로 외부 전문컨설팅업체를 통해 5년간의 조직 효율성 등을 평가받은 때와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금융권 특유의 상후하박형 인적구조 개선 필요성이 컨설팅 보고서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출범한 지 만 5년을 맞는 신생카드사이지만 우리카드는 역시 우리은행 출신 고임금 중간 관리자가 적잖다. 이들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청년 일자리 창출 필요성도 제기됐다.
희망퇴직에 부정적인 우리카드 노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잇따르는 카드사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장기적인 불황 초입에 들어섰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 장 위원장은 “노사는 카드사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산별 임금단체협상 결과가 도출되는대로 희망퇴직 대상, 보상방안 등을 심각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연내 인력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우리카드뿐만 아니라 전(全) 카드사들이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희망퇴직 불똥이 언제든지 옮겨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희망퇴직에 반대하지만, 사측 요구를 조합원에 전달해 응할 수 있다고 한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카드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이 발표되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사측이 강하게 인력구조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효율적인 인적구조와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인한 감원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 임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총 1만164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만1874명)보다 225명이 줄었고 2015년(1만3115명)과 비교하면 1466명이나 감소했다. 중소·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전후한 2015년 말과 2016년 초에 감원 규모가 컸던 것이다.
한편, 우리카드는 올 하반기 희망퇴직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분사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1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