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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로이터 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친서 전달 소식을 전한 뒤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를 위한 것이며, 두 정상 간 공동선언문에서의 약속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답장을 썼다고 했다. 그간 김 위원장이 6·12 정상회담 전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2차례에 걸쳐 친서를 전달한 바 있지만, 이처럼 친서를 주고받은 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북·미 후속협상은 새 국면으로 맞을 공산이 크다. 사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訪北) 이후 후속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그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회의론은 확산 일로였다. 특히 북한이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고 있다는 보도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따라서 백악관의 ‘친서 공개’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협상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북·미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고, 더 나아가 남북·미 회담까지 이어진다면 비핵화 후속협상은 예상보다 빨리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남북은 조기 종전선언을 원하는 반면, 미국은 핵시설 명단 제출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일각에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까지 거론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밤 트위터에 유해 송환에 대한 감사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하면서 “조만간 당신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는 점에서다. 만약 김 위원장이 다음 달 유엔총회 계기에 뉴욕을 찾는다면 조기 정상회담은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의 결단이 선행돼야만 가능하다. 이와 관련,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2차 정상회담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며 “물론 관련 논의에 열려 있지만, 계획된 회담은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한편에선 최근 미·러 정상회담에서의 ‘러시아 옹호’ 발언으로 거센 후폭풍에 시달린 트럼프 대통령이 섣부르게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겠느냐는 신중한 분석도 만만찮다. 한 소식통은 “워싱턴 정가의 회의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턱대고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난다면 거센 반발을 살 수 있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등 북한의 움직임을 봐가며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한국(all of Korea)이 비핵화될 때까지 완전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