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영세자영업자나 임시·일용직 등 한계 취업자 중심으로 생계형 투잡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24시간, 365일 근로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달부터 근로시간단축제가 본격화되면 저소득계층 외에 잔업이나 특근 등을 통해 부가적인 소득을 올렸던 정규직 일부 근로자들도 투잡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지향하는 정책목표와 노동현장과의 괴리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잡은 체감경기의 바로미터인 대리기사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일 전국대리기사 협회(사단법인)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전국 대리기사수는 대략 25만명. 이중 8만∼12만명이 기존 일을 병행하는 투잡 대리기사로 추정된다. 김종용 대리기사 협회장은 “올해 시장에 진입한 대리기사의 절반인 2만∼2만5000명, 기존 대리기사중 추가로 다른 일을 시작한 1만여명 등 올들어 투잡 대리기사는 3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역대 최고치인 16.4% 인상된 올해 저소득계층(소득 하위 20%기준)의 소득은 1분기(1∼3월)현재 전년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월평균 20만∼30만개씩 늘던 일자리는 지난 2월 이후 10만개대로 줄더니 5월에는 7만200개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단축과 같은 정책들이 소득과 고용을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한계계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이들에게 ‘저녁 있는 삶’이란 남의 나라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