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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야기]①"용이 될 여의도 이무기 찾는 이유는…"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

김윤지 기자I 2018.06.07 00:05:00

작가 중심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
'올인' 최완규 작가와 의기투합
넥플릭스에 ''킹덤' 공급
한국 시장 좁아…내달 현지작가 물색

이상백 대표는 다채널, 다플랫폼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전략은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라고 믿는다. 이 대표는 “채널은 많고 소재는 없다고 해요. 각색은 제2의 창작입니다”며 기존에 하지 않았던 리메이크도 작가 중심으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방탄소년단을 보세요. 새로운 콘텐츠가 세계로 나아갈 힘입니다. 드라마도 세계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54)가 목소리에 힘을 줬다. 넷플릭스 진출부터 리메이크 작품 시작까지, 에이스토리는 북미와 아시아 시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북미에서 거둔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을 앞질렀다. 2016년 중국 한한령 이후 표류하는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활로였다. 그는 “당장 눈앞 실익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선택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스토리는 이상백 대표·최완규 작가·유철용 PD가 의기투합해 2004년 설립한 드라마 제작사다. 최완규 작가는 라마 ‘허준’, ‘올인’, ‘주몽’, ‘아이리스’ 등의 극본을 쓴 스타다. 당시 PD 출신 제작자가 경영까지 겸하는 제작사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에이스토리는 그 영역을 철저히 나눴다. 최 작가와 유 PD는 콘텐츠, 이 대표는 경영을 맡았다. 작가 중심 제작사라는 목표로 타 드라마와 제작사와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대본이 기본”이란 원칙으로 14년

에이스토리의 힘은 ‘좋은 글’이다. 에이스토리는 순수 창작물을 최우선으로 한다. 판권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흔하디 흔한 해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고되지만 창작을 게을리해서 안 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이상백 대표가 이른바 ‘여의도 이무기’(스타작가 밑에서 일하면서 곧 용이 될만한 자질을 보여준 방송 작가 지망생을 일컫는 속어)를 쫓아다니는 이유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작가들이 많지 않느냐”며 “인재를 발굴하는 것도 제작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서라도 만난다.

‘좋은 드라마’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재미’를 먼저 꼽았다. 드라마는 한 권의 양서여야 한다는 그는 “재미가 우선이고 감동까지 있으면 좋다. 생각할 거리까지 남기면 최고”라고 웃었다. 예능 작가 출신인 아내는 좋은 글을 선별해주는 최고의 조언자였다. “시청자로서, 전문가로서 말해주는 의견들이 큰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이상백 대표는 작가 중심의 유일한 제작사의 강점으로 최근 방송되는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요즘 수사물이 많아요. 형사나 검사, 나오는 직업도 비슷하죠. ‘우리가 만난 기적’은 미니시리즈인데 가족극입니다. 작가와의 회의 끝에 차별점이 있다고 판단했어요”라고 말했다.(사진=KBS)
◇“만만치 않은 넷플릭스, 멀리 내다본 투자”

이 대표는 “작가가 기본, 좋은 글이 기본이란 원칙을 지킨 것”이라며 지난 14년이란 시간을 돌아봤다. 업계의 쏠림 현상을 지적한 그는 글로벌 시장과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강조했다. 올 하반기 공개되는 넷플릭스 ‘킹덤’은 앞으로 에이스토리의 향방을 결정할 대형 프로젝트다. ‘킹덤’은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했다. 준비 기간을 합치면 2년 정도 소요됐다. 계약 성사부터 촬영까지 만만치 않았다.

“‘시그널’ 영향이 컸어요. 작품의 완성도를 보고 먼저 제안을 줬습니다. 미국 관행을 따르다 보니 법률 자문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10년 후에 봐도 촌스럽지 않을 작품을 요구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최고를 추구했어요.”

에이스토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킹덤’은 사극 좀비물로, 게임·VR물 등 부가사업으로 확장이 쉽다. 컴퓨터 그래픽(CG) 비용까지 생각하면 국내 방송사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는 의미도 있었다. 그럼에도 작가의 상상력을 화면으로 옮긴다는 건, 작가 중심의 제작사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이밖에도 에이스토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은 물론 중국판 ‘시그널’이 올해 촬영을 시작하고, 리메이크에 처음 도전한 ‘우리가 만난 기적’은 미국 지상파 편성을 목표로 내달부터 현지 작가 물색에 나선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은 너무 좁다”며 “글로벌 시장에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토리의 대표작.사진=SBS
◇음악 PD는 어떻게 드라마 제작자가 됐나

학창 시절 음악에 빠져있던 이 대표의 꿈은 음악PD였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94년 음악 전문 케이블채널 KMTV(현 Mnet)에 입사, 가요 프로그램과 콘서트를 연출했다. 얼마 후 IMF가 닥쳤다. 스포츠투데이, NTV 등을 거쳤다. 당시 NTV(구 현대방송)에선 김수현 작가 등과 함께 드라마 제작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이 대표도 드라마 시장에 눈을 떴다.

“영상은 가장 난도가 높은 콘텐츠입니다. 그중 영화가 가장 영향력이 높고, 그 다음이 드라마입니다. 영화는 저에게 낯선 분야이지만, 드라마는 해볼 만하다 생각했어요. 최완규 작가 등 능력 있는 작가들이 주변에 있고 방송 경영도 해봤으니까요. 물론 방송 일을 안다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웃음)”

2009년은 지금 떠올려도 아찔한 기억이었다. 드라마 편성이 모두 불발됐다. tvN, JTBC 등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포진했던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지상파 3사가 유일한 드라마 편성 플랫폼이었다. 다음해 3편의 작품이 방송 예정이었지만, 전년도 매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말로만 듣던 흑자 도산의 위기였다. 집을 담보로 융자까지 받았다. 다행히 2010년 KBS2 ‘신데렐라 언니’, ‘결혼해 주세요’, SBS ‘나는 전설이다’ 등 세 작품 모두 성공했다. “천국과 지옥을 1년 차이로 오갔다”고 회상했다.

어느덧 에이스토리는 매출액 200억 원이 넘는, 내실이 튼튼한 드라마 제작사로 성장했다. 최완규·장영철-정경순·박재범·김은희·정현정·노지설 등 20명에 가까운 작가진이 원동력이었다. 지난달 29일 종영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을 비롯해 tvN ‘시그널’(2016), MBC ‘마의’(2012), SBS ‘여인의 향기’(2011), SBS ‘보스를 지켜라’(2011) 등 총 24편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가을께 방송 예정인 tvN 새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이 현재 촬영 중이다.

에이스토리는 내년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젊고 실력 있는 프로듀서들도 강점이다. 글앤그림(드라마 ‘미스티’ 제작)·씨제스(드라마 ‘스위치’ 제작) 등 신생 드라마 제작사는 함께 오래 일한 후배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드라마의 ‘보이지 않는 손’인 프로듀서 양성 학교인 셈이다.

“저와 동갑인 최문석 PD를 제외하면 대부분 직원이 20~30대입니다. 젊은 감각이 중요한 산업이잖아요. 지상파 출신 베테랑들도 있지만 10년 후를 내다보고 신중을 기해 뽑았습니다. 이 친구들이 좀 더 경험을 쌓고 활동할 그때, 한단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1964년 서울 태생 △1993년 NEW YORK Institute of Tech, TV Production 석사 △1994년 KMTV PD △2000년 NTV(구 현대방송) 편성기획 국장 △2002년 연예정보채널 ETN 개국총괄 △ 현 에이스토리 대표이사(2004~ )
인터뷰에 나선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사진=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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