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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맞춤형 신탁'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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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희 기자I 2017.07.17 06:00:00

''非이자수익'' 확보 나선 시중은행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일본 나라현에 사는 A(여·60)씨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모모’가 4살이 되자 ‘펫신탁’ 상품에 가입했다. 고양이의 평균 연령을 바탕으로 모모의 남은 생을 12년으로 계산하고 사육비로 연간 25만엔(한화 약 252만원) 가량을 책정해 12년치인 300만엔(한화 약 3026만원) 가량을 신탁회사에 냈다. 신탁된 재산은 반려동물 사육비로만 사용될 예정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서 소개한 일본의 ‘펫신탁’의 사례다.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고액 자산가들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신탁상품이 애견인이나 치매 환자 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로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탁업 제도 전면개편을 통한 신탁시장 활성화를 예고한 가운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신탁상품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들은 저성장·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증가하는 대중들의 자산관리 수요에 맞춰 새로운 신탁상품 출시로 ‘비 이자수익’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내 신탁시장 급성장…틈새 공략

1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탁업무운용수익은 2004억 8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1136억 300만원) 대비 56.7%가량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의 치열한 신탁업 경쟁 속에 신탁 수익이 쑥쑥 성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금융당국이 신탁업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급형’·‘맞춤형’ 신탁상품 출시를 통해 신탁시장을 미리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KB펫신탁’, ‘KB골드바 신탁’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 신탁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선보인 ‘KB골드바 신탁’은 한국거래소(KRX)에 개설된 금 시장에서 금 현물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신탁상품이다. 1g 단위 소액 투자가 가능해 고객들의 부담도 낮췄으며 한국조폐공사가 인증하는 순도 99.99%의 골드바(1㎏ 단위)로도 인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KB펫 신탁’은 1000만을 넘어서는 국내 애견인구를 공략하고 있다. ‘KB펫 신탁’은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사망하거나 질병 등을 이유로 더는 돌보지 못하면 반려동물이 관리 사각지대에 남겨질 것을 대비한 상품이다.

보호자가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긴 후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하면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 부양자에게 반려동물 보호, 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한다. 가입 문턱도 높지 않다. 일시금을 맡길 경우엔 200만원 이상, 월 적립식일 경우엔 1만원 이상이면 가입 가능하다.

황원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개인고객의 상속이나 신탁에 대한 인식이 정착된 상황은 아니다”며 “고령화 심화에 따른 고령자 고객 증가에 대비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대응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고령자 고객 관리 강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KEB하나 치매 안심신탁’과 ‘성년후견지원신탁’을 새롭게 선보였다. ‘KEB하나 치매 안심신탁’은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프로그램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치매만을 특화한 것이 특징이다. 자산관리 설계 및 상속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치매 판정을 받으면 초기부터 중증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의 맞춤형 지급관리 및 자산관리를 돕는다.

‘성년후견지원신탁’은 후견심판을 받은 치매 및 발달장애인 등의 재산관리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피후견인에게 월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한다.

목표수익률 미달시 수수료 면제 선보여

올해 상반기에는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적게 받는 상품들을 잇달아 출시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출시한 ‘착한신탁시즌1’에 이어 4월 ‘착한신탁시즌2’를 한시적으로 판매했다. 이 상품은 6개월 내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면 약정된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상품으로 시즌 1·2 모두 목표수익률을 조기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우리은행의 ‘고객성과연동신탁’은 인도네시아 ETF와 미국 고배당 ETF를 담아 운용하며 6개월간 3%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연 1%의 후취 수수료를 절반만 받는다.

신한은행은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익보수를 받지 않는 신탁상품을 내놨다. 지난 4월부터 판매 중인 ‘동고동락특정금전신탁’은 2년 내 투자자가 선택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본보수만 받고 수익보수는 받지 않는다.

은행권 신탁운용부 관계자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신탁 상품들을 계속해 선보일 계획”이라며 “고령 인구를 위한 상속·증여 관련 서비스, 1인 가구를 위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하반기 출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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