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신문엔 부자 배우자 찾는 광고 있었다

김미경 기자I 2017.02.08 05:03:30

결혼의 문화사
알렉산드라 블레이어|304쪽|재승출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32세의 재단사가 자금부족으로 예비 동업자가 될 배우자 또는 부유한 배우자를 맞고자 합니다. 30세를 넘지 않는 동종업자와 결혼을 목표로 교제하려 합니다.’

지금이라도 뭇매를 맞을 노골적인 이 문구는 한 세기 전 신문에 종종 실렸던 ‘구혼광고’다. 오늘날 결혼이 두 사람의 질적 관계를 지향한다면 과거 중세나 근대에는 정치적 이유로 정략결혼을 하고, 경제적 필요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결혼을 활용했다.

책은 결혼의 변화과정을 살핀다. 시대마다 달라진 결혼문화를 배우자 선택조건, 성생활, 별거와 이혼이란 세 가지 관점에서 세세히 풀어낸다. 문화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결혼은 시대의 요구와 기대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교회가 권력을 갖던 근대까지 간음은 큰 범죄였던 데 반해 19세기 계몽시대에는 윤리적 성적 관점의 자유가 주어졌다고 했다. 이때까지의 성 자유는 남성의 영역이었으며 20세기 초부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성관계 방법을 조목조목 알려주는 책들이 쏟아졌단다.

저자는 “결혼이 과거부터 지금껏 또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인류학적 상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사실혼 관계나 동성결혼 허용 확대도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서유럽식 결혼양식과 형태에 중점을 뒀지만 한국사회에 접목할 만큼 보편적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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