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가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재정·통화·구조개혁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무역 촉진 등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반세계화 등 불평등에서 비롯한 정치적 위협에는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IMFC는 8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IMFC는 IMF의 189개 회원국 중 24개 상임 이사국이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장관급 자문기구다. 한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2년마다 번갈아 이사를 맡으며 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IMFC는 우선 세계 무역 및 투자, 생산성 감소로 성장 전망이 약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C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신흥국 성장에 힘입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적인 수요 증가세 둔화,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 간 격차 유지, 세계 무역·투자·생산성 둔화와 지정학적 불안·중기 금융 위험 요인 증가로 성장률 전망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으로 불확실성과 하방 위험은 커졌고 기존 난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IMFC가 내놓은 대응 방안은 성장 친화적 재정 정책, 완화적 통화 정책, 구조 개혁 등을 계속 추진하고 무역 촉진을 위한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IMFC는 “구조 개혁과 재정·통화 정책 같은 모든 정책 수단을 국제적 공조 아래에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경쟁적인 평가 절하 등 환율 타게팅을 삼가고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저항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IMFC는 “모든 국가는 재정 정책을 유연하고 활용하고 조세 정책과 공공 지출을 보다 성장 친화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물가가 목표 수준보다 낮고 산출갭이 마이너스인 선진국은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통화 정책 자체만으로는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룰 수 없으므로 다른 경기 부양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은 각 정책 당국이 우선순위를 정해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IMFC는 “세계화와 기술 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성장에 따른 혜택을 최대화하기 위해 회원국은 국가별 상황에 맞춘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 대선 등에서 대두하고 있는 각국의 보호주의(고립주의) 경향에는 국제 협력을 강화해 대응하기로 했다. IMFC는 “국제적 차원의 공조 노력은 세계 무역 활성화, 글로벌 재균형 지속, 경제적·비경제적 충격에 따른 파급 효과 관리 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향후 IMF 운용은 ‘견고하고 지속 가능하며 포용적인 성장’을 위한 경제 상황 점검 및 정책 권고, 글로벌 금융 안전망(GFSN) 강화 방안 연구, 저소득국 성장 지원 재원 확충 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 각 이사국은 IMF 재원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양자·다자 차입 협정 유지에 동의하고, 제15차 쿼타 개혁 시한을 내년 10월에서 2019년 10월로 조정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자유무역·세계화에 반발하는 각국의 정치적 위협 요소에 대한 해결책은 도출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확장적 재정·통화 정책, 구조 개혁 가속화 등은 IMFC가 과거에도 여러 번 반복해서 내놨던 ‘단골 메뉴’”라며 “반세계화·고립주의 등 자유 시장 경제의 역풍에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IMFC는 다음 춘계 회의를 내년 4월 22일 워싱턴DC에서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