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미사지구 옆단지 '완판' 일산신도시 옆단지 '미분양' 까닭은?

양희동 기자I 2016.07.01 05:00:00

신도시 호재따라 후광효과 극과 극
인프라·싼분양가·희소가치 3박자
'하남 힐즈파크' 1순위 1만명 몰려
개발 끝낸 일산·동탄1신도시 인근지역
시세 차이 없어..청약 미달 속출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신도시와 뉴타운 등 수요가 검증된 지역과 맞붙은 곳에 신규 분양이 줄을 잇고 있다. GS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뉴타운 인근에서 공급한 ‘답십리 파크자이’ 아파트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건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대우건설(047040)이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현안1지구에 공급한 ‘하남 힐즈파크 푸르지오’ 아파트(814가구)는 지난 6월 2일 1순위 청약에서 약 1만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평균 13.1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전 가구 마감됐다. 단지가 들어설 현안1지구는 하남대로(폭 30m)를 사이에 두고 하남 미사강변도시(미사지구)와 맞닿은 도시개발사업지구다. 미사지구의 인프라를 모두 공유할 수 있는데도 땅값은 훨씬 싸 미사강변도시보다 20%가량 낮게 분양가(3.3㎡당 1185만원선)를 책정한 것이 분양 성공 비결이었다.

풍산동 M공인 관계자는 “미사지구는 분양이 마무리 단계인데다 입주 단지의 경우 프리미엄(웃돈)이 1억원 넘게 붙어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힐즈파크 푸르지오는 미사지구에 입점 예정인 코스트코를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고 분양가도 저렴해 인기를 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뉴타운 인근에선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지난해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해 신도시 등 공공택지지구 추가 지정을 중단했지만, 분양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에 희소성까지 더해진 이들 지역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택지지구에 남은 부지가 없다보니 건설사들은 수요가 검증된 이들 지역과 최대한 가까운 땅을 물색해 분양 물량을 내놓고 있다. 이들 단지의 최대 경쟁력은 인접 택지지구보다 저렴한 분양가다.

최근 2~3년간 수도권에서 가장 뜨거운 분양시장이었던 위례신도시의 경우 입주 단지마다 웃돈이 1억~2억원씩 붙었지만 분양 물량은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위례와 근접한 곳에 더 저렴한 분양가로 새 아파트를 선보여 신도시 수혜를 기대하는 실수요층을 흡수하고 있다. 두산건설이 얼마 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건우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한 ‘가천대역 두산위브’(503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5대 1, 최고 13.55대 1의 경쟁률로 전 가구 신청 마감됐다. 이 아파트는 위례신도시와 불과 1.5㎞ 떨어져 있지만 분양가는 3.3㎡당 평균 1350만원선으로 위례신도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3.3㎡당 2010만원)의 70% 수준이다.

서울에서는 최근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의 몸값이 뛰면서 인근 재건축·재개발지역까지 수요가 몰리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6월 말 전농·답십리뉴타운과 불과 100m 떨어진 답십리14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한 ‘답십리파크자이’ 아파트(802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9.8대 1, 최고 42.6대 1의 경쟁률로 모든 물량이 신청을 마쳤다. 이 단지 전용 84㎡형 분양가는 5억 4000만원선이다. 바로 옆 뉴타운 단지로 2년 전 입주한 ‘답십리 래미안위브’(2652가구)의 같은 주택형 매매가(6억 4000만원선)보다 1억원 가량 싸고 전셋값(5억 1000만원선)과 비슷한 가격이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뉴타운보다 입지 조건은 떨어지지만 분양가가 싸다보니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조성 끝난 지역은 주변 시세 수준 분양가에 흥행 부진

반면 일산신도시나 동탄1신도시 등 기존 신도시 생활권을 내세운 분양 단지들은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개발이 마무리돼 마땅한 호재가 없는데다 분양가도 인근 신도시 시세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새 아파트 갈아타기 외에는 추가 수요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지난 3월 대우건설이 공급한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 아파트(1690가구)는 일산신도시 학군과 학원가 접근성을 강조했다. 분양가도 3.3㎡당 평균 960만원대로 일산신도시 평균 매매가(1060만원)보다 100만원가량 낮았다. 그런데도 1순위 청약에서 전 주택형이 미달됐고 현재도 미분양이 상당수 남아 있다. 전용 74㎡C형은 1순위에서 신청자가 1명도 없었다. 이 단지는 행정구역상 일산에 속하지만 파주 운정신도시와 불과 600~800m 떨어진 경계지역에 있어 운정지역 단지보다 입지 조건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양가도 운정신도시 평균 매매가(3.3㎡당 926만원)보다 더 높았다.

GS건설이 6월 화성시 능동에 분양한 ‘신동탄파크자이 2차’ 아파트(376가구)도 동탄1신도시와 연접한 입지를 내세웠지만 1순위 청약에서 5개 주택형 중 4개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 단지도 전용 84㎡형 분양가가 한 채당 3억 3800만원선(4층 이상)으로 동탄1신도시에 속한 옆 단지인 ‘푸른마을 더샵2차’(1226가구)의 같은 주택형 매매가(3억 3000만~3억 5000만원)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신도시나 뉴타운 생활권을 강조한 인접 단지도 분양가가 경쟁력이 없으면 주택 수요자들에게서 외면받기 십상”이라며 “따라서 개발 호재와 적정 분양가 여부, 단지 규모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청약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