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요즘 시장에서는 이른바 ‘상하이합의설(說)’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상하이합의설’은 주요20개국(G20) 중앙은행장들이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1985년 9월 미 달러 약화를 유도했던 플라자합의를 빗대 ‘新플라자합의’라고까지 얘기한다. ‘플라자 합의’는 미국, 일본, 서독, 영국, 프랑스 등 5개국 재무장관이 1985년 뉴욕에 모여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낮추기로 한 모임을 뜻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상하이 비밀 합의’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 가치가 3주 만에 4% 하락하고 국제 유가와 원자재, 주가와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와 역의 관계를 갖는 유가는 산유국의 원유 감산 가능성마저 불거져 이미 저점대비 약 50%나 올랐다.
주요국들의 통화정책도 결국 ‘공조’란 얘기를 들을 만하다. 중국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수출증대를 위한 위안화 절하는 없다’고 강조한 점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초강력 통화부양조치를 하면서도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금리인하 불요(不要)’ 발언을 한 것,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통화정책회의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올해 추가금리 인상을 당초 4차례에서 2차례로 낮춘 것 등을 꿰맞추면 결국 ‘달러 약세’와 맥을 같이한다.
연초부터 중국의 증시 폭락, 자본유출로 전 세계 증시와 외환시장이 출렁였던 만큼 주요국들이 정책 공조 필요성을 느꼈을 만도 하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준은행(연은) 총재가 “원유 등 원자재시장 부진과 금리인상으로 미국 성장률과 물가상승이 더디다. 자신감이 예전만 못하다”고 발언한 것도 달러 약세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달러 약세와 유가상승으로 글로벌 자금이 다시 신흥국시장으로 돌아오고 산유국의 경기회복과 수입증가, 중국 등 신흥국의 수출증가, 나아가 세계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우리와 같은 신흥국으로선 그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문제는 그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가이다.
이에 대한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 달러 약세만 봐도 1985년 9월 플라자합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못해 어찌 보면 정반대다. 당시는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미국을 돕기 위해 달러약세 유도에 합의했지만 지금은 미국 경기가 좋고 유럽, 일본, 중국이 나쁘기 때문이다. 또 달러 약세를 유도한다면서 유럽, 일본, 중국이 통화완화 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금리 인하만큼 투자효과가 있다면 모르지만 현 상황처럼 투자로 가지 않고 시중유동성만 늘어난다면 자산 버블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결국 각국 환율이 달러대비 약세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통화완화 대신 재정확대정책을 쓰면 되지 않을까. 답답하지만 유럽은 재정파산, 일본도 정부부채가 국내총생산(GDP)대비 200%나 돼 할 상황이 못 된다. 중국도 재정여유는 있지만 자칫 재정확대하다 과잉설비 상태인 기업구조조정을 그르칠까 염려되긴 마찬가지다.
두번째, 유가도 지금의 상승 흐름을 유지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유는 원유생산 동결에 대한 산유국 입장차가 큰 데다 미국이 러시아와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 제재 차원에서 과도한 유가상승을 원하지 않고 원유대체재인 셰일가스의 생산원가가 배럴당 50달러인 점도 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