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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책정에 따른 미분양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달아오른 부동산시장의 정점에 있던 강남 재건축 분양 단지에 대한 수요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모델하우스 문을 연 이후 첫 주말 사흘간 총 3만명의 관람객이 몰렸고,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1.13대 1, 최고 131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뜨거운 청약 열기에 자신감을 얻은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서초 한양 재건축 단지)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4240만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는데도 평균 12대 1, 최고 87.5대 1로 1순위 청약 마감했다.
콧대 높던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시장에 최근 들어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신규 공급 재건축 단지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어선 지 두 달여 만에 가격 조정에 나서야 할 처지에 놓여서다. 앞서 분양한 단지들의 계약 실적이 기대 이하인데다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 강화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가 분양으로는 청약 마감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GS건설이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신반포 자이’(전용면적 59~156㎡ 607가구·일반분양 153가구)가 대표적이다. GS건설은 당초 일정보다 일주일 늦춰 15일에 아파트 모델하우스 문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공급 계획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석 달이나 분양이 연기된 셈이다.
신반포 자이는 반포지구에서도 최고 입지로 손꼽힌다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과 7호선 반포역,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 등을 도보 거리에 품고 있는데다 반원초·경원중·세화고·반포고 등 명문 학군까지 갖췄다. GS건설과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강남권 역대 최고 분양가 책정에 동감했으나 최근 시장 분위기가 침체 국면으로 바뀌면서 양쪽이 때아닌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신반포자이 아파트의 경우 조합에서 건설사에 공사만 맡기는 도급제가 아닌 시공사가 상가와 편의시설 등의 매각 수익을 가져가는 지분제로 계약된 상황이어서 분양가를 무작정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재환 잠원한신공인 대표는 “지난해 말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까지 갈 것으로 점쳐졌으나 시장이 가라앉으면서 4200만~4300만원 선에 책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고분양가 고집했다간 미분양 늪에 빠질 수도”
강남권 노른자위인 강남구 개포지구에서 오는 3월 분양에 나서는 개포주공2단지(시공사 삼성물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4년 11월 관리처분 인가 당시 결정된 일반분양가는 3.3㎡당 3000만~3200만원. 그러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이 껑충 뛰면서 일반분양가를 대폭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관건은 인상 폭이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변경관리총회를 열어 분양가를 3.3㎡당 335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조합 일각에서는 일반분양가를 3.3㎡당 400만원은 더 올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최근 보름 새 인근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64㎡형 아파트 매매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이 5000만원 가량 떨어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분양가를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가가 높게 매겨지면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규모는 줄어들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팔리지 않으면 조합원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