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끓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전세의 월세 전환’이 낳은 과도기적인 현상이다. 급등하는 전셋값은 수요자들을 매매로 유도하는가 하면 중소형 중심으로 집값까지 밀어올리는 형국이다.
한국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한 달 전보다 0.33% 올랐다. 서울 서초구 잠원 한신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초 7억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설연휴 직후인 21일 7억 4000만원에 물건이 나오면서 전세값이 한달새 40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전셋값 급등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값 오름세보다 전세가 상승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시세 통계에 따르면 2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6%로 1998년 12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승세도 2013년 4월(63.3%) 이후 22개월간 멈추지 않았다.
팔팔 끓고 있는 전셋값은 매매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8144건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월별 거래량을 기록했던 1월(6866건)과 비교해 18.6% 늘며 2달 연속 월간 최다 거래량을 갈아치웠다.
특히 전세난에 시달린 30~40대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면서 중소형(전용 40~62.8㎡) 위주로 집값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르면 올 들어 1~2월 두달간 중소형 아파트값 상승률은 0.49%로 중대형(0.28%)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 팀장은 “봄 이사철과 강남 재건축 이주여파로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안착될 때까지 전세가율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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