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미술계 '싸이' 나오게 하려면..정부 지원 필수"

성선화 기자I 2014.08.19 06:00:00

조강훈 (사)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조강훈 (사)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최근 독일 베를린은 예술 애호가들의 핫한 도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적극 나서 무명 예술인들에게 저렴한 월세 등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어서다. 독일 베를린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맞먹을 정도의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에서도 장 샤오강이란 유명 작가가 글로벌 미술계를 주름잡고 있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스타 작가가 없는 것은 왜일까.

현재 국내 미술 시장은 극단적으로 양극화 돼 있다. 소수의 잘 팔리는 유명 작가군과 다수의 잘 팔리지 않는 무명 작가군. 극소수인 0.1%의 작품들만이 경매, 갤러리 등을 통해 유통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잘 안 팔리는 작품이라고해서 값어치가 없는 것일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1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조강훈 한국미술협회 사단법인 이사장은 “작품의 가격을 저가로 내놓으면 팔리게 돼 있다”며 “작가가 고가로 내놓기 때문에 안 팔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잘 팔리는 작품이 항상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 이사장은 “국내 미술 유통시장의 선진화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예술품에 ‘정가’를 매길 수 있을까

미술품을 재테크의 관점에서 보면 ‘잘 팔리는 고가의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에 궁극적인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다. 과연 예술품의 가격은 누가 정하는가. 조 이사장은 “안 팔리는 작품의 가치까지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술품은 하나의 기호”라고 설명했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단정지어 말할 수 없습니다. 작가들의 예술적가치 추구와 열정이 빚어낸 장인정신이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게다가 예술품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집니다. 미술에도 여러 장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서양화를 좋아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추상미술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예술품의 가격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는 “같은 작가의 그림이라도 모두 다 명작일 수 없다”며 “작가마다 표현대상에 대한 내적감정이입과 표현방법이 각각 다르다”고 했다.

“그림도 유행이라는 게 있습니다. 최근 유행은 디테일한 하이퍼 스타일 입니다. 특히 그림의 용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의 입장과 실수요자의 입장을 나눠서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조 이사장은 현재 국내 미술 유통시장의 구체적 문제점에 대해 꼬집었다. 일부 갤러리의 취향에 맞춰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유통시장을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림을 파는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갤러리는 그들이 원하는 작가의 그림만 사고 유통 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은 어쩔 수 없이 작품을 팔기 위해 생계형으로 바뀌는 것이다.

“현재 국내 전업 미술가들은 기획, 마케터, 창작활동 등 1인 3역을 다 해내야 하는 실정입니다. 작품을 내다팔 유통 시장이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다보니 창작활동에만 전념하지 못한 채 먹고 살기 위해 스스로 그림을 팔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미술 유통시장 선진화가 급선무

해외의 경우 정부가 나서 무명 작가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화가들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가 차원의 문화정책이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창작활동을 하며 전업작가로 생활한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출신의 화가들 중에서는 해외에서 되레 인정을 받는 작가들도 많다. 세호, 마리킴 등이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선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해외에 나가 오히려 인정을 받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무명 작가들이 자신의 그림을 마음껏 내다팔 수 있는 오픈마켓이 필요하다”며 “갤러리들은 영업마진을 위해 지나치게 가격을 부풀리기 때문에 오픈마켓은 개인들을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갤러리들의 체질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갤러리 대표들이 신진 작가들을 직접 발굴하기 위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합니다. 작업실을 방문해서 작가들을 만나고 이들을 키워주려는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국내 화가들의 의식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복지재단에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사업들을 통해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지만,이마저도 자존심 때문에 받지 않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작가들도 대중들이 쉽게 좋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비싼 가격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애호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작가와 콜렉터가 함께 커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미술에 답이 있다

조 이사장은 아직까지 한국은 생활 미술의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문화 선진국처럼 생활 속에서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국미술협회는 오는 10월 첫 오픈마켓을 준비 중이다. 서울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무명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계획이다. 조 이사장은 “이번 정부들어 처음으로 3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오픈마켓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생활 속에서 미술 작품을 접할 기회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와함께 어릴 때부터 작품을 사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연인들끼리 청소년들끼지 아트 작품을 선물할 수 있도록 작품을 크기를 줄인 생활 밀착형 상품을 구상중이다.

전문 컬렉터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에 비하면 국내 미술품 컬렉터들의 숫자가 미비하다. 보다 많은 컬렉터들이 생겨야 미술 유통 시장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끝으로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문제를 언급했다. 현재 국내에선 양도세를 거의 내지 않는 시스템으로 미술품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작가들이 앞으로 작품을 판매하고 정당하게 양도세를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예술작품에도 양도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양도세 등 세금 문제가 투명화 돼야 유통 시장도 건전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양성적으로 미술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야 합니다.”

□ 조강훈 (사)한국미술협회 이사장 학력 및 경력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BAF) △소피아 국립예술대학교 파인아트 마스터디그리 (MFA) △(사)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아트광주 2013 조직위원장 △한국미술문화진흥회 대표 △경기미술협회 고문 / 고양미술협회 고문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 그룹 선과색, 무진회, 아트그룹, 자유로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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