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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20여 년 전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했다.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결정했던 것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40대에 들어서면서 관리직급으로 승진하게 되자 학업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때마침 중앙대와 건국대, 공주대 3개 대학이 처음으로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재직자 특별전형을 실시하면서 이 씨는 수능을 보지않고도 대학문을 들어설 수 있었다. 이 씨를 포함해 2010년에만 256명이 만학의 꿈을 이뤘다.
◇ 산업체 3년 이상 경력 수능 없이 선발
재직자특별전형은 특성화고(전문계고)·마이스터고 졸업자 중 산업체에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가진 직장인이 대상이다. 정원외 특별전형으로 수능 점수가 아닌 입학사정관제 등을 활용해 학생을 뽑는다.
정부는 2012년부터 재직자특별전형을 도입한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특성화고(전문계고)·마이스터고 졸업자들이 취업 후에도 경력 개발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덕분에 최초 3개 대학에서 시작한 재직자특별전형은 현재 고려대와 한양대, 경북대 등 전국 87개 대학이 도입해 운영 중이다. 모집 인원만 5093명에 달한다. 각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내년에 모집인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직자특별전형을 통해 대학문에 들어선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이 씨는 “고교 졸업 후 20여 년간 회사를 다니며 일과 관련된 사람들만 만났는데 학교에서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직자특별전형은 과거 야간대학과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수업부터 성적평가까지 일반 학부와 동일하다. 평일 수업 참석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토요일 수업이 많다는 점 정도가 차이다.
중앙대는 재직자특별과정을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한 대학 중 한 곳이다. 지난 2010년 재직자특별전형으로 신입생을 모집한 지식경영학부에 258명이 지원해 136명이 등록했다.
중앙대는 그동안 전공과목은 평일 저녁에, 교양 과목은 토요일에 개설해왔지만, 학생들의 요청에 의해 이번 학기부터는 토요일에도 전공 수업을 개설했다. 교양과목의 경우 일반 학생들이 듣는 수업도 수강이 가능하다.
중앙대 관계자는 “무엇보다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껴 입학한 학생들이라서 수업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업 분위기때문에 교수들의 평가도 좋다”고 말했다.
◇“선취업·후진학 내인생 최고의 선택”
김초롱(28)씨는 ‘선취업·후진학’을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김 씨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재직자특별전형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체험수기에서 대상을 받았다.
김 씨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살 때 바로 제약회사에 취업했다. 대학은 하고 싶은 일이나 관심분야가 생겼을 때 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사 5년째 되던 해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당초 커피숍 등 자영업을 염두에 뒀던 김 씨는 대학 진학 후 본인의 새로운 적성을 찾아낸 덕에 진로 변경을 모색하고 있다.
김 씨는 “학과 공부를 하다보니 홍보나 광고, 기획 업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다른 분야로의 취업이나 사업 등 가능성을 넓게 두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취업과 대학 진학 사이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아닌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시간을 갖고 고민해볼 것”을 조언했다. 그는 “대학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해 약간의 자격지심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던 취업을 하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