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기자]131기상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 이기정(34)씨는 최근 당혹스런 상담전화를 받았다. 한달 뒤에 골프 약속을 했는데 그날 날씨를 알려달라는 문의였다. 이씨는 “한달 뒤 날씨는 예보를 하지 않는다. 열흘 후 날씨까지 예보하니 다시 문의해 달라”고 답했다.
상담사 심호연(30)씨가 받은 문의전화는 더 황당했다. 한 고객이 “지금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게 있는데 혹시 UFO냐”고 물어온 것. 심씨는 “천문관련 정보는 기상청에서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천문연구원 번호를 안내했다.
기상예보 및 특보 등 기상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131기상콜센터. 하루 평균 3000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이곳엔 기상천외한 문의들이 쏟아진다. 회사 체육대회 날짜를 정해야 한다며 한두달 뒤 날씨를 물어오는 건 양호한 편이다. 명절 연휴에 비나 눈이 오면 도로상황 등 교통정보나 여객선 출항여부를 묻는 고객들이 줄을 잇는다. 비행기 이착륙 시간을 문의하는 고객도 있다. 태풍 예보가 나가면 농민들은 “지금 과일을 추수해야 하는 지”, 어민들은 “양식장에 피해는 없을 지”를 물어온다.
기상콜센터에 문의전화를 걸어오는 고객 중 51.3%는 농업이나 어업, 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연령대 또한 50대 이상이 56.2%나 된다. 스마트폰이나 PC로 날씨정보를 찾아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기상콜센터의 주요 고객들이다.
기상콜센터에 걸려오는 전화 중엔 “비가 온다고 해서 가게 문 닫았는데 맑기만 하다”는 항의도 잦다. 풍랑주의보나, 태풍예보에 발이 묶인 어선 선주들은 “바람 한점 없는데 배를 못 띄우고 있다. 경보를 해제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기상콜센터 고객들은 ‘빗나간 예보’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지난해 기상청이 기상콜센터에 상담 전화를 걸어온 고객 중 126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42.1%가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강수확률이 60~70%라는 예보가 나가면 “비가 온다는 거냐 안 온다는 거냐 정확히 알려달라”는 문의가 많아진다. 그래서 강수확률 예보엔 50%가 없다. “비가 올지 안 올지 반반이라니 무책임하다”는 비난 때문이다.
중국발 스모그가 서해를 건너오는 날엔 미세먼지 관련 문의가 폭주한다. 미세먼지 예보는 기상청이 아닌 국립환경과학원이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도 콜센터가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미세먼지 예보 또한 기상청 소관업무라고 믿고 131로 전화를 건다. 처음엔 국립환경과학원으로 안내했던 기상콜센터는 작년 11월부터 미세먼지 관련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국민 편의를 위해 내린 조치다.
지난달 환경부는 기상청에 ‘환경·기상 통합예보실’을 설치해 미세먼지 예보를 기상청 날씨예보에 통합해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미세먼지 예보도 기상청이 한다”는 일반의 오해가 업무를 이관시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