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원주민인 까닭에 일정기간 동안 전매가 금지된 일반 계약자와 달리 분양받은 아파트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입주 뒤 최장 5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또다른 규제 탓에 임대 자체가 불법이 돼버렸다. 아파트를 거래해도 된다는 것도 말뿐이었다. 의무 거주 기간을 못 채우면 규정 위반으로 분양받은 아파트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거래를 허용해준다면서 실제로는 임대도 매매도 안된다니 이런 희한한 법이 어디 있나”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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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사례는 제도적인 불일치가 문제가 된 경우다. 현재 서울·수도권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50% 이상 풀어 지은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격에 따라 4~8년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또 1~5년간 의무적으로 실거주해야 한다. 분양가가 저렴할수록 오랫동안 거래가 제한된다. 특혜 소지를 없애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각 규정을 다룬 법이 별개라는 점이다. 전매 제한의 경우 주택법, 의무 거주는 보금자리주택특별법에 해당 내용이 담겼다. 그러다 보니 김씨 같은 원주민에게 전매 제한은 허용하면서, 정작 의무 거주 요건은 지키라고 요구하는 웃지 못할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래 제한 기간을 정할 때 참고하는 인근 시세의 평가 방식도 논란거리다. 예컨대 위례신도시 시범단지에서 2011년 12월 본청약이 진행된 보금자리주택 2개 단지는 전매 제한 8년, 의무 거주 5년이 적용된다. 당시 분양가(3.3㎡당 1083만~1280만원)가 같은 지역인 송파구 매매 시세의 70% 미만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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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사업 시행자가 정부에 직접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LH는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에 수원 호매실·고양 원흥·의정부 민락2·하남 미사지구의 거주 의무 기간을 없애 달라고 건의한 것이다. 이 지구들은 인근 시세의 85% 이상에 분양해 전매 제한 4년, 의무 거주 1년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후 주변 집값이 크게 떨어져 입주 시점이 다가온 지금은 분양가가 오히려 시세를 따라잡았다.
실제로 2011년 말 분양한 고양 원흥지구는 입주가 시작된 지금 분양가(3.3㎡당 844만6000원)와 주변 시세의 차이가 사라졌다. 지구와 인접한 행신동의 아파트 시세(부동산114 조사)는 분양 당시 3.3㎡당 995만원에서 작년 12월 기준 3.3㎡당 865만원까지 떨어졌다. 보금자리주택이 시세 차익을 보장하긴커녕 규제만 많은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입주한 단지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의무 거주 기간과 같은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며 “다만 원주민에 대한 규제는 향후 계속 문제가 될 수 있어 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강남 등에 공급된 일부 ‘로또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등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