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의 몰락’, ‘승자 독식의 사회’ 등을 쓴 로버트 프랭크(68) 미국 코넬대 교수가 “증세없는 복지는 비현실적인 구호일 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현명한 증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한국정부에 조언했다.
최근 소득 불균형 문제에 천착해온 프랭크 교수는 1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적인 현상인 소득 불균형 문제가 한국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빈곤층의 양산, 이에 따른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의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증세없는 복지’라는 공약 이행을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복지단계나 경제규모는 달라도 큰 틀에서 보면 이는 현재 미국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복지서비스나 지출을 늘리기 위해 보다 많은 세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세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복지지출의 특성상 지속적이고도 확실한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이나 유로존에 비해 복지 수준이 높지 않아 불합리한 복지지출을 구조조정하거나 할 수 있는 여지도 제한돼 있는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이) 이같은 공약이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구호라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조세 저항도 적은 증세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랭크 교수는 구체적으로 몇 가지 세수 증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자동차 크기와 배기량에 따라 차별적으로 세금이나 부담금을 추가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럴 경우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나면서 교통량이 줄어들어 운전자들이 편해지고 대기오염을 줄이고 기후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생계형 운전자 등에 대해 예외를 두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아주 급격하게 누진적으로 소비세율을 높이는 것도 한 방안”이라며 “세율이 크게 올라도 최고소득층은 계속 소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이들이 고급 자동차나 주택 구입, 초호화 가족행사 등에서 일부 소비를 줄일 수 있지만 중산층의 고소득층에 대한 모방소비를 줄여 실질소득이 늘어나도록 하고 사회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