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항공 운임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비스 품질은 대형항공사보다 떨어지면서도 요금은 엇비슷해 ‘무늬만 저가항공’ 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LCC의 항공료는 일반 대형 항공사의 80% 수준이다. 외국 저가항공사들이 평균 50~60%인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싸다고 볼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내 LCC의 비수기 이벤트성 초특가 운임은 대형항공사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성수기인 주말과 연휴, 휴가철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성수기였던 지난해 12월 일부 LCC의 항공료는 8만원대 초반으로 9만원대 초반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과 엇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름 국내 LCC가 운항하는 김포발 일본 비행기에 탑승했던 신재원(29)씨는 “가격이 싸다는 말에 LCC를 탔는데 일반 대형항공사와 가격차가 크게 나지 않아 실망스러웠다”며 “올 휴가철에는 대형항공사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CC 업체들은 파격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국내 LCC는 해외 LCC와 서비스 모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국내 LCC 관계자는 “해외 LCC는 항공료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 LCC 전용 공항시설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럽 LCC는 주요 도시 거점공항이 아닌 공항이용료가 저렴한 보조공항을 이용해 운임을 낮추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LCC 라이언에어의 경우 런던 중심부에 있는 히드로공항에서 약 50km 떨어진 스텐스테드 제2공항에서 이착륙하고 있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싱가포르나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 모두 공항세가 저렴한 LCC 공항을 별도로 마련했거나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의 인천과 김포공항은 모두 공항세가 비싸 LCC 시장이 성장하려면 공항세가 낮은 공항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노선과 항공기 대수를 최대한 늘려야 고정비를 낮출 수 있는데 신규 노선 개척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정비를 낮추는 게 쉽지 않다. 유럽 LCC는 운항노선수와 항공기 대수가 국내 업체보다 훨씬 많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를 빌리면 운항시간과 관계없이 똑같은 고정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야 고정비를 줄일 수 있고, 대수를 늘려야만 부품유지 비용을 분산해 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그러나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노선 경쟁이 치열하고 거대 항공시장인 중국을 뚫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계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운임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며 “제2공항 건설, 항공자유화 등을 통해 LCC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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