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 '인터넷 통제' 빠져..국내에 남는 문제는?

김현아 기자I 2012.12.16 10:08:54

인터넷 규제 선언적 의미에 그쳐..미국, 막판까지 외교전
호주, 일본 등 미국 지지..한국은 2014년 전권회의 역할 감안해 서명
시민단체, 인터넷 국가통제 여부 논의위한 참여의 폭 넓혀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14일 폐막한 국제통신세계회의(WCIT 2012)에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에 치열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새로운 국제전기통신 규약(ITRs)을 24년 만에 통과시켰다.

새 규약에는 인터넷이나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표현을 명기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전기통신(Telecommunication)의 정의를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로 바꾸려던 시도 역시 좌절돼 인터넷에 대한 국가 통제는 빠졌다는 평가다.

참석한 151개국 중 89개국이 ITRs 개정안에 최종 서명했으며,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 일본 등 20여개 국가는 최종서명에 불참했고 30여개 국가들은 추후 서명여부를 통보하겠다고 유보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는 추후 인터넷 관련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서명했는데, 시민단체에서는 바람직한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를 위해 정부가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규제 부분은 선언적인 데 그쳐..한국 역할 커져

새로운 ITRs에는 자유화, 민영화된 통신시장 환경이 반영됐다.서비스 품질제고 및 국제 요금 정산 등 통신관련 개정사항은 회원국간에 큰 이견 없이 채택됐다.하지만 KT(030200),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 등 국내외 통신사들이 제안했던 트래픽관리(망중립성) 관련 조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유보했다.

인터넷과 관련된 의제는 국제전기통신서비스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인정했고, 콘텐츠 관련 사항을 다루지 않는다는 조문을 신설했으며, ITRs의 적용 범위를 ICT로 확대하지 않고 현행(Telecommunication)으로 유지했다.

보안 및 스팸관련 사항은 회원국이 네트워크 보안 보장과 스팸방지에 적극 노력한다는 ‘선언적’ 내용만 담겼으며, 본문 규칙 개정 외에 <인터넷 성장 가능 환경조성 노력> <국제전기통신 트래픽 착신 및 교환의 정산 노력> 등에 관한 5개의 결의문도 채택됐다.

<인터넷 성장 가능 환경조성 노력>결의문은 ‘ITU의 권한 내’에서 국제 인터넷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공공이슈에 대해 회원국 개별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선언적 내용과 ITU사무총장은 인터넷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광대역통신 개발에 있어 ITU가 지속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태희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인터넷에 대한 내용은 미국 등 서방진영의 활동으로 조문에서 빠지거나 ‘노력해야 한다’, ‘ITU의 권한 내에서’ 등 선언적 표현에 그쳤다”면서 “ ITRs를 정기적으로 개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2014년 부산 전권회의에서 논의하자는 내용이 담겨 우리나라의 역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막판까지 외교전..인터넷 논의 위한 참여의 폭 넓혀야

98명의 공식 참가단을 급파한 미국은 각 회의체에 참석해 인터넷 규제가 규약에 들어가지 않도록 강도높은 로비를 했다. 미국 상무부에서 파견된 테리 크래머 미 상무부 전권대사는 <인터넷 성장가능 환경조성 노력> 결의문을 채택하기 전 별도 연설을 통해 회원국들을 압박하는 등 치열한 외교전을 폈다. 151개 회원국 중 50여개 국이 유보나 불참 입장을 밝히게 된 이유가 됐다는 평가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서명했고, 국내외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 구조에 인터넷 업계나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방통위는 서명한 이유로 ITRs 개정 내용이 국내법이나 국익에 배치되는 내용이 없으며, 인터넷 논의가 2013년 서울 사이버스페이스 총회, 2014년 부산 ITU 전권회의 등에서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ITRs에 인터넷 규제는 사실상 없다”면서도 “이번 회의 98명의 참여인사 중 50여명을 업계나 시민단체로 구성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 정부 인사로 구성했다. 인터넷 논의를 위한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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