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나흘 연속으로 하락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즉각적인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2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92.18포인트, 0.71% 하락한 1만2878.88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10.44포인트, 0.36% 하락한 2909.77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일보다 10.14포인트, 0.74% 떨어진 1365.00을 기록했다.
개장전 실시된 스페인 국채 입찰이 성공리에 마무리된 가운데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밖의 개선세를 보였다. 또 기업해고도 1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미 소매업체들의 7월 동일점포 매출도 호조를 보이며 투자심리를 살렸다.
그러나 S&P사가 키프로스의 국가신용등급을 또다시 ‘BB’까지 강등한데다 영란은행도 어떤 추가 부양책도 내놓지 않았다. 특히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ECB는 수주일내에 공개시장 조작 방식으로 국채 매입을 재개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시사하며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업종별로는 대체로 하락한 업종이 많은 가운데 소재와 에너지 관련주가 약했다. 반면 실적이 좋았던 소매업체 등 소비재 관련주들은 강했다.
전날 시스템 오류로 인해 대규모 시장조성 거래가 취소되며 파장을 일으켰던 나이트캐피탈그룹이 무려 63%나 폭락했다. 시장 예상치를 넘었지만 유럽 악화로 인해 이익 감소세를 보인 제너럴모터스도 3% 가까이 추락했다.
반면 7월중 동일점포 매출이 호조를 보인 갭이 13% 가까이 급등했고 타겟과 TJX, 메이시스 등 주요 소매업체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다만 부진한 실적을 낸 아베크롬비앤피치는 홀로 15% 가까이 하락했다.
◇ ECB 국채 사겠다는데…스페인·伊는 ‘미지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매입을 재개할 뜻을 밝혔지만, 정작 당사국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매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에서 국채금리도 뛰고 있다.
이날 마드리드에서 회동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연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금 현재로서는 국채 매입 방안은 논의 주제가 아니며 오늘도 라호이 총리와 그 방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며 “이를 고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특히 그는 “지금으로서는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 구제금융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며 “이 정책 수단을 실행하기 위해 요청할지에 대해 아직은 알 수 없으며 필요한지 아닌지 좀더 검토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당사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당장 국채 매입을 위한 구제금융 지원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고 있는 만큼 ECB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호이 총리도 ‘유로존 구제금융 기금에 국채 매입을 요청할 것이냐’는 물음에 즉답을 피한 채 “ECB가 국채금리를 낮추기 위해 비전통적 정책을 사용해 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돼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ECB 결정을 환영한다”고만 답했다. 또 “드라기 총재가 현재 높은 차입 비용이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사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EU 정책당국자들이 이날 발표된 계획을 이행하기 전까지 시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채권을 결코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음주까지는 이 방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나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美 소매업체, 7월 장사 ‘호황’..폭염-할인행사 덕
미국 소매업체들이 지난 7월에 활황을 보였다. 무더위가 겹치면서 여름 용품 판매 등이 증가한 가운데 대규모 할인행사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주요 소매업체들의 7월중 동일점포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또한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놓았다.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는 7월중 동일점포매출이 전년동월대비 4.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3.2% 증가를 웃도는 수준이다. 총매출도 5.1% 증가한 16억9000만달러를 기했다.
또 미국내 2위 소매체인인 타겟도 지난 7월 동일점포매출이 전년동월대비 3.1% 증가해 시장에서 예상했던 2.7% 증가 전망치를 앞질렀다. 순매출도 3.2% 증가한 49억9000만달러에 이르렀다. 코스트코도 지난 2월 이후 5개월만에 처음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고 스테이지스토어도 7월 동일점포매출이 전년동월대비 7.9% 증가해 2.2%였던 시장 예상치를 앞섰다. 의류업체인 갭은 7월중 동일점포매출이 10%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3.8% 증가를 크게 웃돈 것이다. 여성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 등을 보유한 리미티드브랜즈도 7월 동일점포매출이 12%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인 6%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또한 10대 의류 체인인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도 매출 호조를 기록했다.
컨설팅사인 앨릭스파트너스의 톰 클라크 이사는 “소매업체들은 올해 예년보다 다소 일찍 9월 신학기 개학에 맞춘 ‘백-투-스쿨’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며 “워낙 소비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서둘러 할인에 나서 시장점유율을 선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ECB “수주일내 국채매입 재개 가능”
유럽중앙은행(ECB)이 새로운 부양 카드를 꺼내들진 않았지만, 전면적인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국채 매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향후 추가 부양책 가능성도 강하게 시사했다.
이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ECB 정책위원회는 중기적인 물가 안정과 통화정책의 독립성 유지라는 임무와 권한 내에서 전면적인 공개시장 조작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ECB가 시장에서 공개시장 조작의 일환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국채를 직접 사들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독일 등이 반대하는 일종의 양적완화 방식과 거리를 두면서 중앙은행의 고유한 정책수단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드라기 총재는 ”그 규모는 충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몇주일내에 이같은 정책조치를 위한 적절한 모델을 고안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국채 매입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이날 독일 현지 신문인 ‘쉐드도이체 짜이퉁’은 ECB가 유로존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과 공동으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재원으로 ECB는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되 ESM은 발행시장 등에서 재정위기국 정부들로부터 직접 매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를 ESM 출범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다음달 12일 이후에 나올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또 드라기 총재는 ”ECB는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국채 매입이나 3년만기 장기대출 등) 추가적으로 비전통적인 부양책을 취할 수도 있다”며 추가 부양 가능성도 언급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그는 “현재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시장 신뢰와 투자심리가 압박을 받고 있다”며 “에너지 가격도 경제성장에 하향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앞으로도 유로존 경제의 회복은 매우 점진적으로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채금리가 불안한) 유로존 회원국 정부들은 유로존 구제기금을 가동해 국채를 매입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미국 실업수당-기업해고 동반 개선세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8000건 증가한 36만5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7만건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2주일전 수치는 종전 35만3000건에서 35만7000건으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최근 3주일간 급변동을 보이던 청구건수가 안정세를 되찾은 가운데 변동성을 줄여 추세를 알 수 있는 4주일 이동평균 건수는 지난주에 36만5500건으로 전주의 36만8250건보다 줄어 고용 회복세를 확인시켜줬다. 특히 이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또 지속적으로 실업수당을 받는 건수는 327만2000건으로 시장 예상치인 329만건은 물론 2주일전의 329만1000건에 비해서도 줄었다.
민간 컨설팅업체인 챌린저사는 이달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직원 해고자수는 3만68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5%나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1년 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앞선 6월보다도 1.9% 감소했다.
금융부문에서 해고자수가 6156명으로, 앞선 6월의 2912명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이 부담이었다. 또 운송부문에서도 3350명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반면 작년 7월에 1만1245명에 이르렀던 유통업계 해고자수는 지난달 4135명으로 급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