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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취업 아닌 핵심인재 키워야죠"

이지현 기자I 2012.07.31 06:00:00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인터뷰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국내 대표 직업교육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취업률 높은 기술학교에서 핵심인재 양성소로 한 단계 질적 성장을 모색 중인 것.

사령탑격인 박종구(54)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은 “요즘 현장에서 원하는 인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기술인력”이라며 “그동안 기술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췄던 것을 인성 교육과 외국어 교육 내실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양성으로 개념을 확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한대욱 기자)
박 이사장은 “쉽게 얘기해서 그동안 기능공만 양성했다”며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2~3년만 지나면 승진도 해야 하고 관리자도 돼야 하는데 만날 기계 만지는 기술만 가지고 있으니 경쟁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폴리텍대학은 2006년 기능대와 직업전문학교와 통합 출범한 학교다. 기술교육에 초점에 맞춰져, 현장 맞춤형 인재 양성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4년제 공대 졸업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박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교육과정에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습득할 수 있도록 영어교육도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영어교육과 인성교육, 교양교육 3가지 잘 접목해 인문학적 소양과 품격을 갖춘 기술인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 중”이라고 말했다.

◇인재양성 11년, 행정운영 11년

박 이사장에게 이러한 개혁 작업은 낯설지 않다. 1998년 ‘국민의정부’에서는 공기업 민영화 개혁의 선봉에서 섰고 2008년 ‘이명박정부’에서는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통합의 중추역할을 맡았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그는 1998년에 개방형 직위공모제를 통해 옛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포스코(005490)KT(030200), KT&G 등 굵직한 공기업의 민영화 작업이 그에게 맡겨졌고 그는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특히 KT의 경우 국가 기간통신민영화가 쉽지 않은데 4년만에 해냈다”며 “노조 등 구성원 반대도 있었지만,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시대적 특성도 있었고 구성원들과 대화해 나가면서 잘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거쳐 교과부 제2차관을 맡으면서는 고등교육(대학)과 과학기술 분야 통합 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사업과 한국 최초 우주인 선발 등이 잘 알려진 일 중 하나”라며 “사람들을 섞어 서로 ‘윈-윈’하도록 했는데 성과는 잘 모르겠다”고 몸을 낮췄다.

◇직업 대학의 한계 넘다

정부는 2009년 아주대 교수로 복귀한 그를 다시 불렀다. 청년 취업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지금 취업 사관학교 폴리텍대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전국 8개 대학 34캠퍼스를 둘러본 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계획을 수립했다.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영어 여름캠프를 시작했고 도서관도 손질에 나섰다. 그는 “도서관에 가보니 기술 수험서가 대부분이었다”며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비치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전산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인력 양성의 핵심이 될 교수의 인적 쇄신 작업도 계획했다.

그는 “우리학교 전체 교수의 1/3인 415명이 2020년이 되면 정년을 맞는다”며 “자연스러운 인적 쇄신을 통해 젊고 유능한 열정과 실력 갖춘 교수들로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난양폴리텍을 예로 들었다. 박 이사장은 “설립된 지 10년도 안 된 학교였지만 교수들이 자신감에 차 눈빛부터 달랐다”며 “이와 같은 쇄신이 이뤄지면 우리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교육대학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한대욱 기자)
◇문턱 낮춘 폴리텍..사회적 약자에 문 ‘활짝’

폴리텍대는 국책대학이다. 재원의 90%가 국고나 기금에서 나온다. 그래서 기술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대학의 핵심 모토가 되고 있다.

그는 “사회 저소득층에 양질의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충분한 취업기회를 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미션”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에는 충북 제천에서 최초의 다문화가정 대안기술학교인 다솜학교를 개교했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 언어·기술 교육을 실시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보듬으려는 것이다.

또 학력과 나이제한 없이 누구나 기술을 배워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왔던 문을 더 활짝 열어 베이비붐 세대, 장애인, 여성 등 넓은 의미의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과정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에는 교육, 그중에서도 취업과 연계되는 직업교육이 필수”라며 “베이비붐 세대 은퇴 후 직업교육을 올해는 34개 캠퍼스 14개 과정으로 확대해 추진 중이고 상근예비역을 위한 과정도 개설해 야간 6개월 교육과정을 8개 캠퍼스의 8개 학과에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부터는 신용불량자를 위해 야간 6개월 과정도 신설된다. 그는 “직업교육과 취업도 지원해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폴리텍대학의 변화를 기대해 달라는 그는 “우수 인력을 양성한다면 국가산업 발전과 청년실업 해소가 모두 해결되지 않겠느냐”며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해 가려 한다. 더 많은 우수 인재가 모이는 폴리텍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박종구 이사장은...

박종구 이사장은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나 충암고,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시라큐스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1998년까지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8년 개방형직위 공모제를 통해 옛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으로 공직에 진출했다. 2008년 현 정부 출범 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초대 제2차관을 역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자인 故 박인천 회장의 5남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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