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세계 곡물 재고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대체 에너지 붐과 신흥 경제대국의 육류 소비 증가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주요 곡물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곡물 가격의 가파른 상승으로 세계 음식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이로 인해 각국 가정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사회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재고는 없는데 수요는 늘고.."곡물값 10년간 상승 지속" 전망
올들어 일리노이 산 옥수수와 콩 가격은 각각 한 해 전보다 40%, 75%씩 올랐다. 캔사스 산 밀 가격도 70% 치솟았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와 식품기업 경영진들이 곡물가격의 상승 기조가 최소 향후 10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 소재 상품가격 전망업체 아그리소시스의 댄 바스 사장은 "곡물 가격이 쌌던 시대는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고 말했다.
WSJ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곡물 가격 랠리는 수확량 부족 등으로 나타났던 과거의 랠리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미국 행정부가 옥수수나 대두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펴면서 미국 내에서는 대체 연료를 위한 곡물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에 위치한 신흥 경제대국들의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육류 소비 증가다. 중국, 브라질 등의 육류 소비가 대폭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가축 사료용 곡물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와중에 세계 곡물 재고량은 30년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여서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세계 각국, 음식값 상승에 전전긍긍..사회 문제로 비화 조짐
곡물 가격 상승은 이제 전 세계 음식 가격과 가정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미국 내 소맥분으로 만든 빵 가격은 일 년 전에 비해 파운드 당 24% 올랐다. 우유 가격도 갤런 당 26% 상승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이탈리아 상점들은 급등하는 파스타 가격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멕시코에서도 올해 초 옥수수로 만든 전병인 또띠야 가격이 급등하자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또띠야 가격 상한선까지 설정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파키스탄은 음식 가격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밀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빵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치솟는 음식 가격을 잡아둘 만한 별다른 묘책이 없다는 점은 큰 문제다. 많은 선물 트레이더들은 현재 부셸 당 3.25달러인 옥수수 가격이 내년 3월 4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음식 가격 상승으로 그렇지않아도 기아에 허덕이는 제 3세계 국가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UN 식량원조 프로그램의 조셋 시란 이사는 "기아와의 전쟁에서 질 지도 모른다는 것이 나의 최대 우려"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