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16일부터 튀니지에서 열리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 인터넷 주소 체계의 운영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각국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이 탓에, 이 회담의 주요 현안인 빈·부(貧·富)국 간 ‘디지털 격차’라든가, 스팸·아동 포르노·인터넷 보안 등에 대한 협상마저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인터넷 패권주의?=`.kr`(한국) 같은 각국 도메인(domain) 이름을 비롯한 전 세계 인터넷 주소는 현재 미 캘리포니아의 비(非)영리 민간단체인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맡고 있다. 이는 애초 인터넷 자체가 1960~70년대 미 국방부의 지원하에 대학·연구소 간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에서 발전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이후 인터넷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1998년 미 정부는 독립적인 ICANN을 설립했다. 그러나 설립 당시의 양해 각서에 따라 미 상무부의 최종 감독을 받는다. 예컨대, ICANN은 최근 포르노물(物)에 대한 도메인(.xxx)을 허가했다가 미국 내 보수층의 반발에 직면한 미 정부의 지시에 따라, 최종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인터넷 독점 관리는 `사이버 패권(hegemony)` `신(新)식민주의`라고 비난한다. 작년에 리비아가 기술결함으로 도메인 `.ly`를 5일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리비아에 기반을 둔 모든 웹사이트와 이메일은 불통됐고, 리비아는 ICANN에 통사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들 정부는 이제는 인터넷이 국제적 자원이 됐고 각국 정부로서도 경제·안보 등 사활적 이익이 걸린 사안이 된 만큼 운영·관리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브라질·이란·중국 등은 2년 전부터 인터넷 관리권을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 이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럽연합(EU)도 9월 ICANN의 운영에 대한 각국 정부의 발언권을 일부 인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미국의 배타적인 지배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이버 질서 붕괴는 막아야”=미 정부는 당초 2006년 9월 ICANN과의 협약 만료와 함께, 인터넷 감독권을 포기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6월 입장을 번복했다. 인터넷의 보안과 기술적인 안정을 유지하고, 인터넷이 언론 자유에 비우호적인 정부들의 수중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최종 조정자 역할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 양원도 `변화`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케네스 쿠키어 전문 기자는 포린 어페어즈 11·12월호 기고문에서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인터넷 독점 관리를 대체할 체계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은 인터넷의 안정성이나 언론자유 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들과 통제권을 공유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