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업현장 현실과 달리 간 중대재해법, 강행이 답인가

논설 위원I 2023.10.26 05:00:00
시행 2년이 다 돼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법 취지와 달리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엄중 문책함으로써 사업장 관계인과 근로자의 경각심을 높여 유사 재해를 예방한다는 것이 도입 취지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간 셈이다. 현재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 중인 이 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사업장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민주당이 기업들의 거센 반대와 우려를 묵살하고 강행 처리한 이 법의 허점은 예견된 것이었다. 애매한 책임 한계 등 모호한 규정이 많다는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산재 감소의 효과보다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통계가 단적인 증거다. 지난해 산업재해 피해자는 13만 348명으로 전년 대비 7635명 증가했다. 법 시행 후 거의 1년간 피해자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집계한 사고성 사망 사고의 결과도 양상은 같다. 2021년 325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지난해 1월 27일부터 10월 19일까지 388명으로 늘어난 후 올해 같은 기간 459명으로 여전한 증가세였다. 제조업에선 줄었어도 건설업과 기타 업종에서 모두 늘어난 탓이다.

적용 대상 확대를 앞두고 중소기업들은 현재 최소 2~3년의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결사 반대하는 등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유예 쪽으로 기운 정부·여당에 맞서 일각에서는 법원과 검찰이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도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허다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총 7건의 판결 중 단 1건을 제외하면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어긋난 법을 강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노동계와 정치권은 냉정히 짚어봐야 한다. 엄벌 으름장을 놓는다고 사고가 절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허점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법 취지가 극대화되도록 업종별 특성과 작업 환경에 맞는 보완 작업이 따라야 한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일은 절대 필요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은 엉뚱한 피해자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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