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시그넷, 텍사스주 생산공장 준공
SK시그넷은 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플레이노에 위치한 생산공장 준공 행사를 개최했다. SK시그넷은 SK㈜가 2021년 3월 2900억원을 투자해 시그넷EV를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꾼 회사다.
이번에 준공한 텍사스 공장(SSMT)은 SK 인수 이후 자본력을 등에 업고 공격 투자에 나선 첫 결실이다. 총 부지 1만5345평, 건물 면적 3840평 규모이며, 연간 1만기 생산이 가능하다. SK시그넷은 국내에서 이미 1만기를 만들고 있는데, 미국까지 더해 2만기 양산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양산 개시 시점은 다음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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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다. SK시그넷은 특히 전기차 충전기 중에서 초급속 시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토 면적이 넓고 평균 주행거리가 긴 미국의 특성상 초급속 충전기의 수요는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는 △50㎾ 이하 완속 △50~150㎾ 급속 △350㎾ 이상 초급속 등으로 분류한다.
미국 전기차는 물론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테슬라는 자체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통해 설치된 충전기만 1만7000여개에 달한다. 대부분 150㎾ 충전기고, 최근 250㎾ 충전기를 늘리고 있다. SK시그넷은 이와 다른 350㎾ 이상 초급속 충전기를 2500기 이상 구축해 초급속 충전기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다. 그런데 이 보다 더 기술력이 높은 400㎾ 이상 제품을 미국 최초로 생산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것이다. 400㎾ 이상 출력이면 BTC파워(360㎾), 트리티움(350㎾), 지멘스(300㎾) 등 경쟁사들보다 빠르다.
SK시그넷이 다음달부터 생산할 V2 제품은 충전기(디스펜서)와 전력변환장치(파워캐비닛)로 구성돼 있다. V2 제품은 충전기 1기당 400㎾, 파워캐비닛은 1기당 600㎾까지 각각 출력할 수 있다. 이때 400㎾는 각각 250㎾, 150㎾의 최고 출력으로 전기차 두 대를 동시에 충전 가능하다. 파워캐비닛 하나에 디스펜서 2기를 사용한다면 전기차 4대까지도 충전할 수 있다. 최근 나오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이 800볼트(V)로 커지는 만큼 시장성이 있다는 뜻이다.
◇“15분도 안 걸려 충전…400㎞ 주행”
실제 SK시그넷은 준공 행사장에서 V2 제품을 처음 시연했다. 오승준 SK시그넷 미국법인장이 오전 11시58분 800V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 승용차 EV6에 충전기를 연결했고, 불과 14분44초 만에 충전량이 20%에서 80%로 늘어났다. 이 정도면 250마일(약 402㎞)을 갈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주행 가능한 거리다. 한국 기준으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셈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장거리 주행을 한다면 휴게소에서 잠시 커피 한 잔 하는 정도의 시간”이라고 했다. 가격은 12달러가 나왔다. 미국 휘발유 자동차와 비교해 절반에 못 미칠 정도 저렴하다.
존 먼스 플레이노 시장이 직접 시연한 배터리 360V짜리 픽업트럭인 포드 F-150 역시 26분4초 만에 충전을 마쳤다. 배터리 용량이 작고 차체는 큰 픽업트럭임에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것도 13달러였다. SK시그넷이 발 빠르게 초급속 시장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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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는 2025년 전 세계 초급속 충전기 시장은 1조원 규모로 보고 있는데, 그 중 30% 이상 점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50% 넘게 차지할 것이라는 목표다.
신 대표는 아울러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 정책에 선제 대응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고속도로 50마일마다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데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NEVI)을 내놓았다. △미국 내 최종 조립 △미국산 철강으로 충전기 외함 제조 △미국산 부품 55% 이상 적용 등의 요건을 갖춘 충전소 사업자(CPO)는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곧 CPO들이 충전기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SK시그넷이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의미다. 신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실제 생산을 하는 경쟁업체는 테슬라와 호주 트리티움 정도”라고 했다.
신 대표는 그러면서 2025년께 연 매출액을 1조원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이 1600억원 수준이었는데, 3년 만에 500% 이상 성장하겠다는 얘기다.
◇“초급속 충전기, 제조·운송업 미래”
이날 준공식에는 그레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를 대신해 아드리아나 크루즈 경제개발국장이 참석했다. 크루즈 국장은 “SK시그넷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데 대해 감사하다”며 “텍사스주는 장기적인 파트너로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 먼스 시장과 김준구 주미국대사관 공사 등이 함께 했다. 플라노시는 100만달러 규모 인센티브와 공장 인허가 등을 지원했다.
SK 측에서는 유정준 SK그룹 북미 대외협력총괄 부회장, 서영훈 SK㈜ 첨단소재투자센터그룹장 등이 참석했다. 유 부회장은 “이번 생산시설은 제조업과 운송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SK 관계자는 “그룹 내 주력 성장산업인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기대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 이브이고(EVgo), 레벨, 애플그린 일릭트릭, 테라와트 인프라스트럭쳐 등 주요 고객사들 역시 행사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