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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 안 오른 게 없다”…울상짓는 대학생들

김형환 기자I 2023.02.21 06:00:00

고물가에 학식·편의점으로 향하는 대학생들
‘학식 적자’ 대학들, 식대인상 카드 ‘만지작’
대학가 월세도 폭등…이대 앞 17.4만원 ↑
대학생단체 "학식·기숙사비 인상 자제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갈수록 돈이 더 들어가네요.”

이화여대 인근에서 만난 학부모 장모(55)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 딸의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은 장씨는 60만원부터 시작하는 월세에 경악했다. 월 4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던 장씨는 “자녀의 높은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부업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대학생·학부모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대비 5.2% 올랐다. 식비부터 주거비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자 대학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한 돈가스 식당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해당 가게는 돈가스 1인분을 3000원에 판매해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성비 식당’으로 꼽힌다. (사진=김형환 기자)
◇편의점·학식은 바글바글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대학생들은 학교 앞 식당도 부담스럽다. 점심 때면 교내 학생식당이나 편의점에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조모(21)씨는 “학교 밖에서 밥을 먹으면 1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해서 간단히 학식이나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며 “좋아하던 국밥집이 있었는데 거기도 가격이 올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A씨는 “점심에 삼각김밥이랑 컵라면이 잘 나가는 편”이라며 “정오쯤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학생들에게 저렴한 한끼를 제공하던 대학 학생식당(학식)의 식대까지 들썩이고 있다. 전북 완주의 우석대는 올해 1학기부터 학식 식대를 기존 4500원에서 1000원 인상한 550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한 차례 학식 식대를 올린 수도권 대학들은 눈치를 보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고물가에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식대를 당장 인상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하반기에도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면 그때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식당’을 찾아나선 학생들도 많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성비 식당 리스트를 공유하는 글도 꾸준히 올라온다. 신촌에 있는 한 식당가가 대표적이다. 이곳의 식대는 3000~6000원대라 방학 기간에도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돈가스 가게 앞에서 만난 박모(21)씨는 “학식보다 여기가 싸서 자주 먹으러 온다”며 “워낙 손님이 많아 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워낙 싸고 맛있어서 참을 만 하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한 부동산에 원룸·오피스텔 가격이 붙어져 있다. 월세는 최소 60만원부터 형성돼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월세·기숙사비 모두 인상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거비 역시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 월세 평균을 분석한 결과 이화여대 인근 원룸은 69만1000원으로 전년 동월(51만7000원)보다 17만4000원 올랐다. 연세대 인근은 55만4000원으로 전년 동월(48만2000원)대비 7만2000원, 한양대는 57만7000원으로 전년 동월(45만6000원)대비 12만1000원 상승했다.

이화여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싼 월세는 지난달에 이미 다 나갔다”며 “반지하를 제외하고 지금은 최소 60만원부터 월세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이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정보공시(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기준 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수용가능 인원 비율을 나타내는 기숙사 수용율은 수도권 대학 기준 18.4%에 불과하다. 재학생 100명 중 기숙사 입주가 가능한 인원은 18명에 그친다는 의미다. 최근엔 고물가로 기숙사비까지 오르고 있다. 덕성여대는 지난해 10월 기숙사비를 1인실 기준 104만원에서 109만2000원으로 5% 인상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기숙사비는 최근 4%가, 충북 괴산의 중원대 기숙사비는 15%가 인상됐다.

이민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의장은 “기숙사나 학생식당은 대학생들이 기본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만큼 대학들은 기숙사비나 학식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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