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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급격한 경유차 퇴출 정책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자뿐 아니라 택배 등 물류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터와 봉고 등 생계형 구매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1톤(t) 트럭의 경우 경유 모델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는 66%를 차지한다. 경유차가 퇴출 절차를 밟으면서 1톤 트럭의 양대 산맥인 포터와 봉고가 단종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포터와 봉고는 210만대(2020년 기준)에 달한다. 이는 전체 화물차의 69%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치다.
정부는 경유 트럭을 LPG나 전기트럭으로의 변경을 유도하지만 LPG나 전기트럭의 효율성이 경유 트럭보다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LPG차의 경우 충전소가 주유소보다 많지 않은데다 엔진 힘이 경유차와 비교해 뒤떨어진다. 트럭은 짐을 가득 싣고 빠르게 움직여야 해 토크가 중요하다.
봉고 디젤 트럭을 예로 들면 경유트럭의 토크는 30kg·m인데 LPG트럭의 토크는 23kg·m에 그친다. 전기 트럭의 경우에도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팩 용량이 커져야 하는데 배터리팩 용량이 커지면 무게가 무거워지고 무게가 무거워지면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충전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그나마 경유 하이브리드차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노후 경유차를 경유 하이브리드차로 개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은 이미 성공했다. 자동차 1대를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도 약 500만원 수준으로 새 차를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경유 하이브리드차가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관련 법이 미흡해서다.
현행 유관 법령(대기환경보존법·대기관리권역법)에서 경유 하이브리드차에 대해 친환경자동차 또는 저공해장치로 분류하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법 개정 없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경유 하이브리드차의 상용화가 지지부진한 것이다. 아울러 경유차보다 타이어 분진과 브레이크 패드 마모 과정에서 환경오염 주범 중 하나인 미세먼지가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경유차의 강제 퇴출보다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친환경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