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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빅딜은 지난달부터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는 평가다. MOU 체결이 임박한 시점부터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서 ‘한화가 대조양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퍼져 나갔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조양 매각 방안을 논의한 끝에 빅딜로 이어졌다.
당초 자본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이 대조양 특수선사업부만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지만, 대조양을 통매각하는 방향으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의 대조양 인수가 하반기 M&A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마땅한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하던 대조양을 인수하며 깜짝 빅딜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잠잠하던 M&A 시장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화그룹는 지난 2008년에도 대조양 인수를 시도했다. 당시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인수보증금 3150억원을 내고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계약이 무산됐다. 14년 만에 대조양 인수를 재타진하는 한화그룹으로서는 과거 6조원대의 인수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대조양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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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양 빅딜 이후 바로 이어진 피플라이프 인수 소식에 방산은 물론 금융부문에서도 사세 확장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며 화제를 모았다. 한화가 KAI 인수를 위해 KAI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KAI 측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탄력을 받았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 측은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그러나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한화그룹이 해당 산업에 대한 중장기 육성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KAI 인수에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아직 완전히 갈무리 되진 않았지만, 한 기업이 한 주동안 세 건의 빅딜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와 온라인 의류쇼핑몰 W컨셉, 이베이코리아를 차례로 인수한 전례가 있지만, 수개월에 걸친 작업이라는 점에서 한화그룹과의 행보와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그룹의 의사결정 구조가 원동력이 됐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회사에 중장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김승연 회장의 스타일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한화하면 떠오르는 ‘다이너마이트’처럼 차례로 M&A를 터뜨리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평가도 있다.
한화그룹이 뜨거운 가을을 보내면서 자본시장에 훈풍이 돌지도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위기로 판단한 현 시점에 공격적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의 최근 행보를 보면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이벤트를 트리거(방아쇠)로 다른 투자자들도 투자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