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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지난 5월21일 임명재가를 받은 한 총리는 오는 28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한 총리는 야당(더불어민주당)의 반발로 한달 넘게 기다린 끝에 국회에서 인준안이 통과되는 곡절을 겪긴 했으나, 헌정사상 5번째 ‘두번 총리’ 타이틀을 갖게 됐다. 윤 대통령은 노무현 정권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 총리를 지명하며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현장중심 소통과 규제개혁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 6월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을 직접 찾은 한 총리는 자율주행로봇의 보도통행이 도로교통법 등의 규제로 어렵다는 애로를 듣고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범부처 경제규제혁신 TF(태스크포스)가 자율주행로봇 보도통행을 즉시개선과제로 선정해 약속을 지켰다. ‘올드보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활발한 현장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 6월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새 정부 규제혁신 추진방향’을 자신이 직접 발표하면서 규제개혁에 의지를 보였다. 이날 한 총리는 1시간 가까이 직접 규제혁신 계획을 설명하고 취재진의 질문까지 직접 소화했다. 국무총리가 직접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한 첫 사례다.
한 총리는 홍장표 전 한국개발연구원장(KDI) 사퇴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에 대해선 여야의 입장이 갈린다. 여권에서는 한 총리가 총대를 메고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알박기 인사를 지적한 것으로 호평하나, 야당은 권력남용이라며 규탄했다. 민주당은 최근 한 총리가 국정 통할권 및 감독권(국무총리)을 남용했다고 고발하기도 했다.
총리실 내부에서는 “한 총리는 현재 총리직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공직이라는 생각이 뚜렷하다”며 “총리보다는 원로로서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려는 것”이라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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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총리를 둘러싼 숙제는 녹록지 않다.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의 필요성을 힘주어 얘기하지만, 돌발 현안 대응에 급급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의견 수렴없이 던져 파장을 일으켰던 ‘만 5세 입학 편제’ 역시 내각을 총괄하는 한 총리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당시 한 총리는 급하게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충실히 반영하라”며 급한불을 껐으나 성난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점거,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점거 사태 등 노동 관련 대응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피해액이 8000억원(사측추산)에 달할 때까지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노동개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20%에 머무는 상황에서 한 총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관료 출신으로 1~5급, 차관, 장관, 총리까지 모두 역임한 관록을 앞세워 국정경험이 다소 부족한 윤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조언을 하거나 국면 전환용 돌파구를 마련해주는 모습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총리가 취임 이후 무난한 행보를 보였으나 반대로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며 “국정경험이 많은 한 총리가 공직사회 기강을 잡는 동시에 윤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조언해 지지율을 반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