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과격해”…‘집회·시위 최소 규제’ 영국도 변했다

정두리 기자I 2022.06.08 05:30:00

[집시법 갈등 고조]④
선진국도 집회·시위 관리 강화 시도
미국, 백악관 앞 시위 금지 시도했다 실패
영국, 11년만에 집회·시위 관련법 개정…내년 시행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집회·시위 관리에 몸살을 앓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와 함께 시민의 주요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보장해온 선진국 일부에서도 최근엔 통제 강화를 시도하거나 관철해내는 등 대응 기조가 바뀌는 양상이 보인다.

미국 대선일인 지난 2020년 11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하는 동안 경찰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백악관 주변 시위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백악관 앞은 우리나라 청와대 앞이 그랬듯 집회·시위가 빈번한 곳으로, 트럼프 정부 땐 ‘트럼프를 제거하라(Remove Trump)’는 대형 펼침막을 든 시위대가 집결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2018년 10월 백악관 북쪽 인도 상당수 등에 사전허가 없는 시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엔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 등의 격렬한 반대에 이 규제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 내년부터 집회·시위에 관한 통제를 강화한다. 영국은 일반인 접근의 제한·금지구역에서의 집회만 불법으로 금지하고 옥외집회는 사전신고조차 받지 않는 등 집회·시위에 최소한의 규제만 해온 국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기후변화 방지 운동인 멸종저항 시위운동(Extinction Rebellion), 인종차별 반대시위(Black Lives Matter) 등의 집회·시위가 의사 표현 전달보단 경찰 폭행과 같은 경찰 기능 무력화, 과격화 양상으로 이뤄지면서 사회적인 비용과 혼란을 야기했단 판단에 따라 법을 바꿨다.

영국이 집회·시위 관련해 내년부터 시행하는 ‘경찰개혁 및 사회책임법’ 개정법의 내용은 이렇다. △소음에 관한 규제 조건부과 신설 △옥외집회에 대한 조건부과 대상범위의 확대 △1인 시위에 대한 소음 규제조건 부과 신설 및 추가적 조건부과 규정 신설 △지역사회의 일상생활에 대한 심각한 혼란 등에 대한 세부 시행령 제정 위임규정 마련 △통제지역의 장소적 범위 확대 △의회건물 이전 시 그 지역을 새로운 통제지역으로 지정 등이다.

집회·시위의 소음 규제는 옥외집회·옥외행진, 1인 시위 등에 모두 적용된다. 집회·시위 도중 주변 사람들이나 주변 기관·단체에 중대한 피해를 줄 정도의 소음을 유발한다면 규제하겠단 취지다. 특히 옥외행진에 있어선 이러한 소음 규제가 있음을 알았든, 몰랐든 경찰이 부과한 조건을 준수하지 않으면 처벌키로 했다. 징역형과 벌금형을 동시에 내릴 수 있게 해 처벌 강도 역시 상당한 편이다.

아울러 지금까진 영국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전 주변만 집회·시위 통제지역으로 뒀으나, 앞으로는 통제지역 내 간선도로와 인접 지역까지 통제지역을 확대키로 했다. 의사당 건물의 대대적 수리로 인해 상원 및 하원이 2025년부터 6년간 다른 건물로 이주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 상원·하원의 이전장소를 통제지역으로 설정할 수 있게 위임규정도 마련해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진국의 집회·시위 대응 기조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있다고 평가한다. 정제용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집회의 자유 확대에 따른 집회소음 등 시민불편이 커지고 있고, 최근 악의적인 소음이나 대중교통 이용 제약 등 시민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현행 집시법으로 제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집회·시위의 양상이 변하는 만큼 해외 사례와 함께 이해관계자들의 권익과 피해 양상 등을 고려해 법 개정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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