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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 우려…대통령이 챙기는 반도체위원회 시급"

최훈길 기자I 2022.04.26 05:45:00

유웅환 경제2분과 인수위원 인터뷰①
“中 추격하고 美 반도체 대규모 지원”
“韓반도체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위태”
“尹정부 나서서 반도체 산업 지원해야”

[이데일리 최훈길 최영지 기자] “반도체가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위태로워 집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 같아 우려됩니다.”

유웅환(사진·51)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이데일리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최근에 잠을 잘 못 잔다”며 이 같은 우려부터 털어놓았다. “반도체가 죽으면 우리나라 수출부터 산업이 줄줄이 마이너스”라며 국가 차원의 전략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유웅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 △1971년 인천 출생 △대일외고 △광운대 컴퓨터공학 학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인텔 엔지니어·수석매니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최연소 임원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 △카이스트 창업원 연구교수 △SK텔레콤 오픈콜라보센터장·SV이노베이션센터장·ESG혁신그룹장(부사장). (사진=이영훈 기자)


인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SK텔레콤(017670)을 거친 유 위원은 정권에 관계없이 반도체 산업에 자문해온 전문가다. 그는 2017년에 문재인 대선캠프 합류 당시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인재영입 1호’로 발탁됐다. 이번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직접 추천해 윤석열 정부의 산업 분야 국정과제를 맡게 됐다.

한 달 남짓 인수위원으로 반도체 정책 청사진을 만든 그가 내린 결론은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뛰고 기업을 지원할 때”라는 것이다. 유 위원은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고, 미국은 정부 차원의 대규모 반도체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 혼자서 대비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경제, 국가안보와 관련된 반도체 산업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유 위원은 정부에 3가지 역할을 것을 주문했다. △반도체 인재를 육성하고 인프라 구축을 지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기업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민관 반도체위원회를 만들어 힘 있는 논의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유 위원은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곧 다가올 위기를 철저히 대비했으면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다음은 유 위원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지난 한 달 인수위 소회는?

△주말도 없이 쉼 없이 달려왔다. 내달 6일께 해단식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남은 과제를 잘 끝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경제2분과는 국정과제를 제출하는 게 끝이 아니다.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컨센서스(의견 합의)가 필요하다. 고민이 많다.

-무슨 고민인가.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28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우리나라 총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에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현장을 보면 걱정거리가 적지 않다.

-반도체 시장 위기 우려 때문인가.

△우리나라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이대로 가면 앞으로 중국에 3~5년 내로 시장을 뺏길 것이다. 이 시장이 중국 자체 제품으로 대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인 DDR5로 가려고 하는데, 그 시장 선점이 녹록지 않다. 중국이 굉장히 무서울 정도로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중국에 던져 줄 건 던져주고 우리는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그 분야가 엣지 디바이스다. 이는 스마트폰, 차량용 반도체 분야 등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빠른 속도가 필수적인 ‘초저지연 애플리케이션’ 분야도 그렇다. 특히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로봇산업, 스마트의료 분야는 지연 없이 빠른 속도가 필요한 분야다. 차량용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5세대(G) 통신망이 깔려있는 우리나라가 유리하다. 여기도 선점해야 한다. 앞으로 2등이 차지할 먹거리가 없다. 선택과 집중으로 빨리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스탠다드를 만들어야 한다.

유웅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 (사진=이영훈 기자)


-구체적인 반도체 전략은.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를 많이 만들어 맞춤형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팹리스 설계 인원만 10만명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빼면 팹리스 설계 인원이 1만명도 안 된다. 미래 시장에 대비하려면 팹리스 실무 인력을 육성해 빨리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해외 1등 기업과 격차가 크게 나는데 팹리스를 어떻게 늘리나.

△여기서 민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직접 자사 기술을 마음껏 성능을 평가하는 공용팹이 필요하다. 규제가 엄청 많고 준비할 게 많아 중소기업 홀로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공용팹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 팹리스 등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도 줘야 한다. 민간도 일부 지분을 투자하면 공용팹의 질이 올라갈 것이다.

-부족한 인재는 어떻게 육성하나.

△제2·제3의 펫 겔싱어 인텔 CEO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펫 겔싱어는 실무자부터 시작해서 CEO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도 현장에서 수요가 많은 현장 실무자인 팹리스 인재부터 육성해야 한다. 인수위 분과 논의를 한 결과 팹리스 인재부터 7만명 가량 육성하려고 한다. 2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려고 한다. 팹리스 인재는 6개월 간 교육을 거치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왜 이렇게 안 됐나.

△일회성 지원에 그쳤고, 경력 설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무에 투입된 팹리스 인재들이 펫 겔싱어처럼 경력을 쌓아 올라갈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팹리스 인재들이 단순 업무를 넘어 뭔가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 청년을 위한 상생기금도 만들 수 있다.

반도체 산업 전망. (자료=유웅환 인수위원)
-청년 상생기금이란.

△반도체 기업에 20% 가량 세제 감면을 하면 이 중 10%는 상생기금으로 썼으면 한다. 이 기금으로 팹리스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면 청년 인재들이 몰리게 된다. 청년들이 국내 반도체 기업을 떠나는 것은 희망을 찾지 못해서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로드맵이 안 보여서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도 청년들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상생기금을 만들어 청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지금부터 만들었으면 한다.

-대통령 직속 반도체 위원회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나.

△반도체 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관이 호흡을 맞춰 함께 가야 한다. 기업 혼자서 다 할 순 없다. 정부가 인프라를 투자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으면 시장을 바로 잡아야 하고, 불필요한 규제도 제거해줘야 한다. 특히 지금은 반도체가 공급망, 경제안보와 관련돼 있어 국가적으로 중요한 산업 분야다.

다만 기존의 위원회처럼 가선 안 된다. 민간 위원들이 가서 자료 보고 사인만 하는 위원회는 필요 없다. 민간이 애로사항을 털어놓으면, 정부가 손발이 돼 해결해 줘야 한다. 대통령이 챙기고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진정한 민관 반도체 위원회가 시급하다.

■유웅환 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은

△1971년 인천 출생 △광운대 컴퓨터공학 학사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인텔 엔지니어·수석매니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최연소 임원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 △카이스트 창업원 연구교수 △SK텔레콤 오픈콜라보센터장·SV이노베이션센터장·ESG혁신그룹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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